'광란의 질주' 상습 무면허 10대 "단속 두려웠다"

입력 2007-02-08 10:24:52

경찰의 검문을 피하기 위해 경찰관을 차에 매단 채 질주한 오모(19) 군. 신호위반 스티커 한 장으로 끝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왜 오 군은 경찰관을 차에 매달고 총탄 세례까지 받는 위험을 무릅쓰고 도망갔을까.

◆오 군은 왜 달아났나=오 군이 타고 있었던 흰색 엑센트 차량은 투도어 스포츠카로 범퍼, 보닛, 머플러 등을 불법 개조해 경찰 단속 당시 신호 위반과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제지를 받았다. 신호 위반 등 스티커 발부로 끝날 수 있었던 오 군이 달아난 이유는 바로 무면허 때문.

무면허 운전으로 7차례나 경찰에 붙잡혔던 오 군은 일명 대포차를 구입해 또 다시 무면허 운전을 한 것이 탄로날 것이 두려워 경찰관까지 매달고 달아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 군은 지난 8월 차량의 원 소유자인 서모(29) 씨와 서 씨의 후배, 친구 등 몇 단계를 거쳐 명의 이전은 않고 대포차를 구입, 최근까지 타고 다녔다는 것. 오 군은 경찰 조사에서 "무면허 운전으로 또다시 단속에 걸릴 것이 두려웠다."고 밝혔다.

◆총알 어디에 맞았나=오 군을 저지하기 위해 차량에 매달린 채로 쏜 하모(37) 경장의 총알은 오 군이 운전하는 운전석 앞유리를 그대로 관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 앞 유리창의 운전석 부근엔 하 경장이 쏜 공포탄 1발과 실탄 2발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 중 1발은 함께 타고 있던 김모 양(16)의 어깨를 스쳤고 김 양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함께 단속을 했던 신 순경이 쏜 4발의 실탄 중 2발도 오 군의 차량 왼편 뒷바퀴와 휠에 맞았다.

◆오 군의 도주=오 군은 당시 현장에서 사건을 목격하고 쫓아오던 택시 기사 이모(38) 씨의 차량을 서부시장 부근에서 따돌린 뒤 서구 비산동 일대를 돌아다니다 서구 평리3동의 한 빌라에 차를 세웠다. 오 군의 차는 신 순경이 쏜 총알에 뒷바퀴를 맞았지만 타이어 휠을 불법 개조한 덕분에 시속 80km를 넘는 속도로 질주할 수 있었다. 오 군 등 일행 4명은 함께 차에서 내린 뒤 범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차 앞번호판을 떼어내고 뒷번호판 역시 심하게 훼손시켰다. 오 군은 대구 북구 관음동의 자신의 집에 숨어있다 7일 오후 1시쯤 경찰에 붙잡혔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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