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10년…학생비율 남>여·내신성적 남<여

입력 2007-02-07 10:43:29

우리나라에서 시작된지 10여년여가 된 중·고교 남녀공학 정책이 갖가지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중·고교 남녀공학은 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의 교육개혁위원회 출범 이후 공론화돼, 98년 무렵부터 서울에 이어 전국적으로 공학 전환이 적극 추진돼왔다.

그러나 남·여 학생의 성적격차와 이에 따른 공학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해마다 배정되는 남녀 학생 비율이 들쭉날쭉해 학교 현장이 혼란에 빠지는 등 문제가 적지않다. 학부모와 학생, 학교 등 교육당사자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것. 특히 교육당국은 인성교육, 사회화의 과정이라는 명분아래 신설·이전학교에 공학을 강요하는 일방적인 정책을 고집하면서도 현장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나 제도 검증을 하지 않아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비난도 많다.

대구 ㄷ중학교가 지난해 말 3학년 전체 학생 472명의 교내 시험 성적을 분석한 결과 전교 50등 안에 드는 여학생이 26명, 남학생은 24명으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런데 정작 이 학교 3학년은 남학생 9개 학급, 여학생 3개 학급으로 남학생이 압도적으로 많다. 교장은 "숫적으로 3분의 1에 불과한 여학생이 남학생과 비슷하게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여학생들의 학력이 전반적으로 앞선다는 말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며 "여학생은 수업 때 집중력이 높고 시험 준비가 꼼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계인 ㄱ고교도 사정은 마찬가지. 남녀 학급 비율이 9대 3인 이 학교 올해 신입생들의 중학교 내신을 살펴보니 상위 20등 이내에 여학생 11명, 남학생은 9명으로 여학생이 더 많았다. 남녀 성비가 비교적 고른 수성구 ㅈ중학교도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과목에서 여학생의 교내 시험 평균 점수가 1점에서 많게는 6점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 교사는 "3학년 남학생들은 남녀공학 고교에 배정되는 걸 피해 1지망은 무조건 남고를 선택하다."며 "3학년 들어 아예 이사를 가는 학생도 적잖다."고 말했다.

내신 평가 때 과목별로 30~40%를 차지하는 수행평가에서도 여학생들이 대체로 앞서고 있다. 한 중학교 국어교사는 "독서노트 작성 등 성적에 반영되는 숙제를 보면 여학생의 작품이 우수해 좋은 점수를 받는다."며 "이 때문에 남학생은 남·여 학생이 각기 다른 반으로 편성되는 분반을, 여학생은 남·여 학생이 같이 있는 혼반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혼반의 경우 체육실기나 수행평가 과제물을 같은 반 내에서 상대평가하기 때문에 남학생이 뒤진다는 것.

뿐만 아니라 공학 학교에 배정되는 남녀 학생 비율이 해마다 들쭉날쭉해 반 편성에 애를 먹거나, 화장실·탈의실 등 편의시설이 부족해 학생들의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구 ㅅ고교 관계자는 "학년별 남녀 비율이 다르고 선택과목까지 다양해 한 학년에서도 남자반, 여자반, 혼반 등 학급 구성 형태가 다르다."며 "또 여유 교실이 없다보니 탈의실을 만들지 못해 학생들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기도 한다."고 했다. 대구의 공학 고교 45개 중 탈의실을 갖춘 학교는 56%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대구 중·고교 가운데 남녀 공학인 학교는 최근 7년새 2.8배 늘어났다. 시 교육청에 따르면 2000년 남녀 공학 학교는 중·고교 전체 181곳 중 43곳(23.8%)이었으나, 2006년 현재 206곳 중 143곳(69.4%)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중학교는 같은 기간 18.9%에서 82%(120개 교 중 89개)로 증가, 공학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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