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작 전 이천수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위건 어슬레틱 진출이 좌절돼 인터뷰를 꺼리기도 했던 이천수는 굳은 표정으로 최선의 플레이를 다짐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는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열심히 플레이했고 결승골을 터뜨렸다.
7일 오전 영국 런던의 크레이븐 코티지 구장에서 열린 한국과 그리스의 축구대표팀 평가전은 1948년 런던올림픽 이후 59년 만에 런던에서 가진 경기로 1만여 명의 교민들이 몰려 '대~한 민국'을 외치는 등 홈 경기와 같은 분위기 속에 막을 올렸다.
한국은 경기 초반, 견고한 그리스의 수비에 막혀 공격 전개가 매끄럽지 못했고 그리스 역시 한국의 압박 수비에 막혀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한국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박지성을 거쳐 공격 패스를 시도했고 그리스는 후방에서 한 번에 찔러주는 패스를 넣었지만 두 팀 다 패스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데다 상대의 밀착 수비에 막혀 위협적이지 못했다.
그러한 상태에서 드물게 득점 기회가 찾아오기도 했다. 그리스는 후반 27분 수비수 기오르고스 아나톨라키스가 헤딩 슛을 날렸고 골키퍼 김용대가 이를 잘 막아냈다. 김용대는 전반 36분 파니스 게카스의 슛도 선방하는 등 이후에도 수 차례 선방을 펼쳤다. 한국도 전반 38분 오범석의 오른쪽 크로스를 박지성이 헤딩으로 연결했으나 골 포스트를 스치고 말았다.
후반 들어 그리스의 맹공이 시작됐다. 후반 5분 교체 멤버 스텔리오스 지안나코풀로스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맞췄고 11분에는 문전 혼전 상황에서 요아니스 아마나티디스의 슛이 골문으로 빨려들어갈 뻔했으나 김용대와 수비수 김치우의 육탄 방어로 실점을 막았다.
한국은 후반 33분 최근 A매치에서 좀처럼 실점하지 않았던 그리스의 골문을 흔들었다. 아크 왼쪽에서 상대 반칙으로 얻어낸 프리킥 기회에서 이천수가 상대 수비벽을 피해 예리하게 슛을 날렸고 199cm의 골키퍼 코스타스 할키아스가 몸을 던졌으나 볼은 손끝을 스치며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이천수는 측면 포워드로 나서 폭넓게 움직이며 플레이했고 과감하고 날카로운 슛으로 그리스를 위협하다가 끝내 득점,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 보였다.
이후 그리스의 반격이 거세졌으나 한국은 공세를 잘 차단하며 설기현 등이 반격에 나섰다. 그리스는 인저리 타임에 한국 골문을 갈랐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한국은 조재진을 원 톱에 놓고 이천수, 설기현을 측면 포워드로 활용하다가 미드필더로 나선 박지성과 이천수의 포지션을 바꾸고 조재진 교체 이후 설기현을 원 톱으로 옮기는 등 공격 방식에 대한 실험을 시도했다.
수비진들은 문전에서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등 몇 차례 불안한 측면을 드러냈으나 전체적으로 미드필드진과 협력, 끈끈한 수비를 펼쳐 결과적으로 한 골도 실점하지 않았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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