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처음 만난 사람과 같이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동년배여서 세상을 보는 시각도 비슷했고,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과 함께 한 자리여서 여러가지 견문도 넓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한참동안 술잔도 주고 받은 다음이었지만 서로 초면이다 보니 계산을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피차 처음 본 처지이니 '더치페이'가 어떻까 하고 고민하는 틈에 그 사람이 벌써 카드로 계산을 다 해 놓은게 아닌가. '참 동작 빠르네! 그 양반 어디 가도 늦어서 굶지는 않겠다'고 생각하며 "아이고! 혼자 계산하시면 우얌니꺼, 초면에..."하고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노라니, 이 사람 하는 말인즉 "지는요, 마약은 끊어도 '기마이'는 몬 끈슴니더" 한다.
내심 "야! 그 사람, 참 기마이 좋네"라며, 어쩠던 계산 안했으니 그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했는데, 세상에 어디 신세만 지고 살 수 있을까? 나는 기마이가 세상살이에서 꼭 필요한 거라 생각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워 놓았다.
1,2,3인칭에 맞춰 원칙을 정한 것이다. 이런바 '기마이의 3법칙'. 기마이의 1법칙은 먼저 1인칭과 연결된다. 과연 내가 이번 기마이를 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사람이 어떤 위치에 있을 때 베풀 줄 모르면 인색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고, 깜냥이 않되는 사람이 기마이를 하면 주제 넘는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자기 분수에 맞는 기마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기마이 2법칙은 2인칭 YOU의 법칙이다. 기마이를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왜 저 사람이 내게 이렇게 분에 넘치는 대접을 할까'라는 생각을 떠올리는 기마이는 실패한 것이다. 상대방이 '저번에 내가 냈으니까' 또는 '저 사람이 내게 신세를 졌으니까'라고 생각되는 부담 없는 기마이는 성공한 것이다.
기마이 3법칙은 3자에 대한 법칙이다. 예를들어 내가 어떤 모임에서 회장을 맡아 10만원을 기마이한다면, 다음 회장에도 10만원을 내야 하는 부담을 주게 될 것이다. 모임의 성격에 따라 예외는 있겠지만, 전임 회장들은 5만원을 했는데, 내 기분에만 치우쳐 10만원을 낸다면 3자(다음 회장)에게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1,2,3인칭 모두에게 부담이 없고 적절한 기마이가 원만한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세상사 모든 일이 다 그럴 것이다. 비록 베푸는 일이라 해도 자기 혼자만의 기분에 따르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가 있다는 얘기다. 기마이에도 중용지도(中庸之道)가 필요한 것이다. *'기마이'는 일본어(きまえ)에서 온 외래어로 '선심'·'호기' 등의 뜻을 지녔다.
이무상 M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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