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버려 못쓰게 된 참외 걱정해서 뭘 하겠어요. 다시 심어서 올 농사를 지어야죠."
3일 성주 초전면 문덕1리 들판 비닐하우스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을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외 모종 옮기기에 손길이 바빴다.
이 마을은 지난 1일 누군가 참외 비닐하우스 60여 동의 보온덮게와 속 비닐까지 볏겨버리는 바람에 한창 자라던 참외가 동해를 입어 죽어버린 것(본지 2월 1일자 12면 보도).
그러나 피해 농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인근 마을 등을 수소문해 참외 모종 3만3천여 본을 구해 이날 비닐하우스에 참외 옮겨심기를 마쳤다.
참외 비닐하우스 17동의 덮개가 벗겨져 가장 피해가 컸던 마을 이장인 최준원(52) 씨는 "동네 주민들이 모두 나와 도와주고 면 새마을지도자·부녀회 및 인근 친척·지인은 물론 공무원들까지 휴일에도 불구하고 찾아와 도와줘 쉽게 일을 마쳤다."며 "마을주민들이 어제는 얼어버린 참외를 모두 뽑아낸 뒤 구덩이를 파고 오늘은 구해 온 참외 모종을 옮겨 심었다."고 고마워했다.
1동의 피해를 입었으면서도 빨리 일을 마치고 이웃 농가 참외 옮겨심기 봉사에 나선 송부돌(65) 씨는 "60여 동 피해 비닐하우스에 참외를 옮겨 심으려면 며칠 걸리는데 마을 사람들과 면 지역민이 모두 내 일처럼 나서 도움을 주는 바람에 오전에 일을 모두 마무리했다."며 "실의에 빠진 농가에 조그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손돕기에 나선 송용섭 초전면장은 "주민들이 모두 나와 내 일처럼 도와줘 피해 농민들에게 큰 위안이 되는 것 같다."면서도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남의 농사를 망치려고 겨울내 공을 들여 가꿔 놓은 참외를 얼어 죽게 할 수 있느냐?"며 주민피해를 안타까워 했다.
피해를 당한 농가들은 꽃이 피고 수정할 정도로 자란 참외를 모두 뽑아내고 새로 심었기 때문에 출하 일이 40여일 늦어지게 돼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 주민은 "몇년 전에도 마을에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고 이번에 앞장 서 마을 일을 하던 사람들 상당수가 피해를 입었다. "며 "농민들이 마음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범인을 잡아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사를 벌이고 있는 성주경찰서 관계자는 "야간에 비닐하우스를 옮겨다니며 특정 농민의 비닐하우스 만을 대상으로 범행을 한 점 등으로 미뤄 지역 사정에 밝은 사람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탐문 수사에 나서고 있으나 범행이 심야시간에 이뤄져 사건 해결에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성주·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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