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의 봉사활동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봉사활동이 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교육과정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을 정도이다. 언론매체들도 봉사활동에 대한 소식을 따뜻한 뉴스거리로 보도하고 있다.
태풍이나 홍수 등으로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지역을 방문하여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들을 전하는가 하면, 이웃을 위해 펼치는 다양한 봉사활동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봉사활동은 이제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까지 뻗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는 모습을 언론매체를 통해서 접할 때마다 그곳 사람들이 처한 어려운 사정만큼이나 현지에서 갖가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그들을 위해 두 소매를 걷은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형언할 수 없는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이러한 자긍심은 한국의 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해서 이제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라, 이들의 봉사활동에서 남을 위해 자신을 내어 놓는 인간 삶의 아름다움과 여유 그리고 멋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문·방송에 등장하는 훌륭한 봉사활동은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어쩌면 하나의 영웅담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오히려 각박한 현실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서민들은 조그마한 친절과 배려가 깃든 희생과 봉사에서 잔잔한 기쁨과 활력을 얻는다.
따뜻한 밥상을 차리려고 자신의 일을 뒤로 미루는 어머니, 출퇴근 시간의 복잡한 지하철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 찬바람에 흩어진 쓰레기와 휴지를 정리하는 아낙네, 등산길을 가로막는 나무토막을 치워주는 아저씨,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함께 생활하는 이를 도와주는 복지시설의 장애인, 복잡한 도로에서 양보운전을 하는 트럭 기사, 바쁘게 뛰어가는 행인을 위해 기다려주는 버스 기사 등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조그마한 봉사와 희생이 우리의 삶에 활력을 더해 주고 있다.
봉사활동에는 두 가지 구성요소가 있다. 즉, 희생과 봉사가 그것이다. 이 두 요소는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왜냐하면 자신을 내어 놓는 희생 없이는 봉사가 될 수 없으며, 남을 섬기는 봉사 없이는 희생은 그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봉사와 희생은 동물세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며 오직 인간만이 지닌 참으로 인격적이고 숭고한 행위이다. 간혹 동물에게서 모성의 흔적은 발견할 수 있지만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남을 섬기는 봉사활동을 찾아볼 수 없다.
초원에서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카젤의 경우 사자가 나타나면 다들 걸음아 날 살려라고 도망가 버린다. 그 와중에 잘 달리지 못하는 어린 카젤이나 늙은 카젤이 사자의 밥이 되어버린다. 약한 것의 희생으로 다른 카젤들은 생명을 이어가게 된다. 그래서 동물의 세계에서는 말 그대로 '약육강식'의 법칙이 적나라하게 지배하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강자가 노골적으로 약자의 희생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유지하면 어떻게 될까? 돈 있는 사람이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고리대금을 놓고, 권력 있는 자가 백성을 억압하고, 높은 지위에 있는 자가 부하들을 인격적으로 모독한다면….
어쩌면 오늘날 무한 경쟁 사회에서 경쟁에서 이긴 자가 약자를 내리 누르는 것이 승리의 대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사회에 정글의 법칙이 지배할 수는 없다. 인간은 누구도 혼자서 살아갈 수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 서로를 보듬으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인격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이 이웃을 위해 열린 존재이며, 열렸다는 것은 자신을 희생하며 이웃을 섬기는 행위 곧 봉사활동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봉사활동은 단순히 어려운 이웃에 대한 감상적인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봉사활동은 바로 나와 너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일치와 연대 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봉사자는 도움을 받는 사람을 도움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는 또 다른 나이며 나의 형제로 여기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이러한 봉사활동을 펼치는 이들이 있기에 희망과 사랑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누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나누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 그것은 참으로 위대한 일이지만, 사소한 곳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김명현(대구가톨릭대 사무처장·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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