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겨울, 아버지께 학교 스케이트부 가입한다고 졸라 한 반에 1∼2명 있는 번쩍번쩍하는 칼 스케이트를 샀다. 매년 겨울방학 시작되면 동촌유원지는 얼음판이 되고, 아침만 먹고 나면 타러갔다. 혹시 하루라도 빠지면 친구, 선배들이 빌려 달라하고 빌려주면 며칠 지나도 돌려주지 않아 매일 타러갔다.
신발은 오뎅가게, 스케이트 날 가는 아저씨에게 맡기고, 점심은 라면, 오뎅, 군고구마 등으로 때우고, 오후 3시쯤 되면 가죽도 축축하고 양말도 다 젖어 깡통, 장작불에 발 말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양말 뒤꿈치가 없어진다. 나일론이라 쪼그라 들어버린다.
처음 타는 여학생이 부러움으로 쳐다보는 시선이 즐거워 그 주위를 몇 바퀴나 돌다보면 넘어진 여학생을 부축하고 또 몇 마디 타는 요령을 얘기해주고 하다보면 같이 오뎅도 사먹고 마음 통하면 시내에 나가 빵집도, 영화구경도 가곤 했다.
그때 그들도 지금 나처럼 50이 넘었겠지.
요즘은 지구온난화, 오염 등으로 동촌유원지에 얼음이 얼지 않는다.
아양교 다리 지날 때마다 차창 밖으로 본다. 강물만 가득하다. 내친김에 주말쯤 가족들과 강원도 가서 스케이트 한번 타볼까?
스키 타러 다니는 아들 녀석이 말을 들어줄라나?
조용구(대구시 수성구 범어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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