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거리 시대는 가고 오광장 시대가 왔다.", "돈 벌려면 오광장으로 가라."
예상됐던 일이긴 하지만 포항시청이 구도심 덕수동에서 신도심 대잠동으로 옮긴 지 한달을 넘기면서 포항상권의 대규모 남진(南進)이 시작됐다.
속칭 '육거리'로 대표되는 옛 시청사 주변 덕수·중앙·동빈동 지역의 상권퇴조가 뚜렷해진 반면, 기존 공단경제권에다 동국대병원-대이동간 지하차도 개통으로 신시청권 상권까지 합쳐진 총연장 3㎞의 통일대로변 이른바 '5호광장(오광장)' 상권은 날개를 달았다.
◆날개 단 오광장
동국대 포항병원∼공단 입구 형산로터리간 통일대로변은 시청이 옮긴 지난 연말 이후 하루에 한개꼴로 식당, 횟집 등 각종 점포개점을 알리는 현수막이 나붙고 있다. 이전에도 공단 근로자들을 상대로 한 각종 영업집이 성시를 이뤘지만 시청이 근처로 이사 온 뒤 활황세는 눈에 띌 정도다.
은행지점 등 금융점포들도 앞다퉈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대구은행이 지난 연말 포항본부(경북1본부)를 비롯해 시청관련 금융업무와 3개 출장소까지 관장하는 포항영업부와 3개 기업지점 등 포항의 핵심역량을 이곳으로 집결시켰고 경남은행도 이 곳에 지점을 개설했다.
하나은행은 한국은행 옆 신축중인 빌딩에 포항지점과 기업지점을 옮겨오고 대한투자증권도 이 건물에 지점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한국은행 포항본부에 신한·우리·부산·시티·산업은행, 2개 저축은행 및 현대·우리투자·한국투자 등 증권회사까지 합치면 이 일대는 명실공히 포항의 최대 금융가로 변하고 있다. 또 형산로터리쪽으로 치우쳐 그 동안 비어 있는 땅들도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
◆양학산 터널개통, 상권이동 가속화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신시청 뒷편 대이동과 동국대병원앞을 잇는 양학산 관통 지하차도가 오는 4월말 개통된다. 이렇게 되면 지난 5년여 간에 걸쳐 포항의 신흥 상권으로 자리잡은 대이·양학동 지역과 오광장권이 사실상 하나로 합쳐진다.
이에 따라 그 동안 기존 도심권에서 영업하던 업소들이 잇따라 속속 옮겨오면서 오광장 주변 토지와 건물 임대료는 계속 오르고 있다.
◆손님잃은 육거리
"오늘 점심 때 달랑 손님 한 사람 받았다. 이젠 간판을 내릴 수 밖에 없다." 1일 오후 만난 구시청사 주변의 한 유명식당 주인은 "이렇게 빨리 한계상황이 올줄 몰랐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매일 점심·저녁 식사시간에는 자리가 없어 문 밖에서 줄서서 기다리기 예사였던 구시청사 주변 유명식당은 줄잡아 10여 곳. 시청이 이사가고 난 뒤 손님은 찾아보기도 힘들 정도다.
구청사 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이윤희(54) 씨는 "550 명의 근무자 외에 평일 차량 기준 700대, 시간당 250~300 명 가량의 민원인들이 시청사를 출입했고 주변 상가도 이들 덕분에 유지했는데 시청이전과 동시에 손님이 완전히 떨어져 버렸다."고 했다.
실제로 구청사 주변 상가에는 한집 건너 한집 꼴로 유리창에 '점포세' 또는 '매매 및 임대'라는 전단이 붙어 있지만 거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대책없는 포항시
시청사 주변은 주차전쟁이 벌어진다. 식당과 술집, 상가가 밀집해 있는 대이동 전역이 마찬가지다. 퇴근 시간에는 공단에서 대이동간 4㎞ 남짓 구간을 이동하는데 40분 이상 걸린다.
남구의 주차난은 새해 들면서 대잠동, 죽도동, 대도동 등 신청사를 정점으로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지만 시는 '강력한 단속' 말고는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육거리 상권 부활에 대해서도 장기정책과 당장의 구호만 있을 뿐 실질적인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포항시는 전남 목포처럼 '구도심권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제정해 시가지 정비 등에 예산을 투입한다는 방침을 검토에 들어갔으나 일부 공무원들마저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다.
또 공무원이나 관공서의 각종 행사나 모임을 구도심권에서 열 것을 시장이 권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죽어가는 상권을 살릴 묘약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한 공무원은 "남쪽은 손님이 넘쳐날 것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고 북쪽은 이렇게 빨리 죽을 것이라는 점을 예측하지 못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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