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철(60·가명) 씨는 지난달 법원에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냈다. 15년 전 박 씨의 땅 일부가 공공도로에 편입됐지만 구청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땅 매입을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을 끌자 이를 참지 못하고 소송을 낸 것. 박 씨는 "사유지가 15년 넘게 공공도로로 쓰였는데도 구청 측은 그동안 사용한 토지 사용료를 주지않고 매입도 어렵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사유지가 공공도로로 쓰이고 있지만 관할구청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제때 보상해주지 않고 있어 토지 소유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대구시 8개 구· 군청 미불용지(보상금이 미지급된 토지)를 조사한 결과 사유지가 공공도로로 편입돼 보상을 받지 못한 토지가 9천628㎡로, 공시지가로 산정한 보상 추정액만도 30여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공공도로에 편입된 사유지의 보상금액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은 관할 구청이 예산안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보상금 지급을 미뤄오면서 보상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 2002년 제정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르면 20m 미만의 도로에 대해선 구청이 감정평가업자 2명 이상으로부터 토지감정을 받아 보상금을 전액 지급하도록 돼 있지만 소위 '가난한' 구청의 경우 이를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 북구의 경우 지난 1월 말 현재 5천096㎡, 18억 원 상당(보상추정액)의 미불용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미불용지 보상을 위해 책정된 예산은 1억 원에 불과했다. 이에 북구청은 고육지책으로 토지매입을 미룬 채 토지소유주에게 토지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확인된 미불용지가 공공도로에 편입된 사유지 토지의 일부에 불가하다는 것. 실제 1970,80년 대 땅 주인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도로를 개설한 경우가 많아 30,4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우연한 계기로 알게 돼 민원을 제기한 사람들이 적잖은 실정이다. 이번에 조사된 미불용지 건수도 대부분 땅 주인의 민원제기에 따른 것으로 공공도로 편입 시기도 1920년부터 1980년까지 수십 년을 오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구청 건설과 보상 담당자는 "민원이 제기돼 서류를 확인하는 데만 1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수십 년 전 우후죽순으로 도로가 생기면서 행정처리를 제때 하지 않아 이 같은 일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개인 소유지가 공공도로로 편입된 것이 확인되면 추경예산안을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단 모든 토지에 대해 일괄 지급이 어려울 경우 우선 토지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을 협의 또는 수용에 의해 취득하거나 사용함에 따른 손실보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과 재산권의 적정한 보호를 도모하기 위해 제정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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