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역에 연고를 둔 팀들간의 경기를 '더비 매치'라고 한다. 지난 주 이영표의 토튼햄 핫스퍼는 두 번의 더비 매치를 치렀다. 21일 풀햄과의 원정경기에 이어 24일에는 아스날을 홈구장으로 불러들였다. 프리미어리그 경기인 풀햄과의 경기가 더 중요할 만 하지만 토튼햄 팬들이 열광한 것은 아스날과의 칼링컵 경기였다. 불과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거리에 홈 구장이 있는 토튼햄과 아스날의 경기는 '북런던 더비'로 불리며 런던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꼽힌다.
경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내용으로 2대2로 비겨 시시했다. 그러나 팬들이 만들어 낸 그라운드 밖 상황은 더비전의 명성 그대로였다.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벌어지는 토튼햄 핫스퍼의 홈경기인 만큼 토튼햄의 팬이 많았다. 그들은 구장으로 진입하는 아스날 버스에 야유 섞인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응원을 시작했다. 이 노래 가사에 들어있는 모든 형용사는 욕설이다. 간혹 아스날을 외치는 사람이 있으면 똑같이 야유의 대상이 된다. 심하면 생명의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때문에 경찰도 많다.
경찰과 안전요원은 형광색 조끼를 입고 있어 어디에서든 눈에 띈다. 그들은 경기내내 거대한 형광 테두리를 만들어 원정 온 아스날 팬들을 보호한다. 수적으로 열세인 아스날 팬들은 그 안에서 토튼햄의 팬보다 더 격렬하고 조직적인 응원을 보낸다. 소리도 지르고 온 몸을 가만두지 않는다. 의도야 어떻든 작은 형광 테두리 안에서 쉴 새없이 튀어오르는 아스날 팬들의 머리를 멀리서 바라보고 있자면 안타깝고 재미있다.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아스날 응원석을 마주보고 있는 자리는 '토튼햄 가족석'이다. 토튼햄 소속 선수들에게 배정된 티켓의 좌석이 모여있는 곳이라 가족들이 많이 앉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빼어난 미모의 여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주로 선수들의 여자친구다. 이날 경기에도 축구장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여성스런 차림새의 미인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른 좌석에서는 여자를 찾기 어려웠다. 런던에서는 토튼햄의 팬은 연령층이 두터운 반면 대다수가 남자라는 소문을 쉽게 들을 수 있는데 아마도 맞는 것 같다. 경기장 안팎에는 온갖 종류의 남자만 다 모여 있다. 경기 당일 필자는 지팡이를 두 개나 짚고 혼자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화이트하트레인 정거장을 물었다. 그는 자신도 경기를 보러 가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놀라서 다시 보니 목에는 토튼햄의 스카프가 두개나 둘러져 있었다.
전반전이 시작되고 10여분 뒤 경기장 한쪽에서 뛰고 있는 이영표 선수를 볼 수 있었다. 이날 교체멤버 명단에 이름을 올려뒀었기에 곧 그라운드에 달려나오리라 예상했으나 끝내 출전하지 않았다. 아마도 토튼햄의 입장에서는 더 중요했을 27일 FA컵 경기를 염두에 둔 마틴 욜 감독의 판단이었던 것 같다. 이영표가 출전한 27일 경기는 토튼햄이 승리했다.
박근영(축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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