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시바타 산키치 作 '비유'

입력 2007-01-31 07:00:28

비유

시바타 산키치

사거리 교차로 앞에서

여자 아이를 태운 자전거가 앞질렀다

그 순간

말이 내 귀를 때렸다

"가만 안 있으면 입이 돌아가도록 세게 때릴 거야"

젊은 어머니에게 매달린

아이의 작은 등이 보였다

신호가 바뀌어

나는 멈춰 섰다

말이 지면에 떨어져

똑똑 튀고 있다

입이 돌아갈 만큼

정말로

여자 아이는 얻어맞을 것인가

아니

집에 도착할 무렵엔 어머니의 화도 가라앉을 것이다

이미 떨리는 뺨은

비유의 손으로 얻어맞았으니까

입이 돌아갈 만큼

시큼한 것을 상상하며

구르는 말을 발가락 끝으로 찼다

세상은 바로 그러한 비유로 가득 차 있다

부젓가락과 같은, 바늘과 같은

오늘은 이제 그만, 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책상을 향해 앉는 일도

말을 적는 일도 할 수 없다고

때리지 마세요, 젊은 엄마 여러분. 여러분의 아이를 "말"로 때리지 마세요. "입이 돌아가도록 때릴 거야", 말의 채찍은 육체에 가해지는 폭력보다 더 아프답니다. "세상은 이러한 비유로 가득 차 있"지요. "부젓가락"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분노, 미움, 저주. 다 "말"에 의해 만들어지지요. 세상에 널리 가득 차 있는 이 말의 폭력 앞에서 시인은 "오늘은 이제 그만, 이라고", "책상을 향해 앉는 일도", "말을 적는 일도 할 수 없다"고 하네요. 젊은 어머니, 사랑하세요. 당신의 배꼽을 빌어 이곳으로 온 미완의 인격을. 그이들은 우리 곁에서 잠시 머물러 있다 갈 철새들이랍니다.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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