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 유학, 많이 보낼수록 좋다

입력 2007-01-29 11:36:39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는 속칭 유학파 공무원 출신이었다. 1871년 일본 메이지(明治) 정부는 당시 정부 핵심공무원 중 50명의 젊은 엘리트들을 뽑아 전 세계에 유학을 보냈다.

미국 유학 팀에게는 개척정신에 기초한 산업경제체제 연구를 과제로 주고 영국 팀에는 의회정치제도와 해군, 프랑스에는 예술적 삶과 향기, 그리고 프러시아(독일)에서는 막강한 육군 군사시스템을 벤치마킹하도록 했다. 젊은 공직 요원들은 2년간 열강들의 최대 강점들만 배우고 파고들어 귀국 후 속칭 메이지 유신 성공에 앞장섰다.

130여 년 전 우리가 대원군과 민비가 외세를 이용한 권력싸움이나 하고 있던 시절보다 10년 전의 일이다. 제2세대의 유학을 통해 메이지 유신에 성공한 그들은 그 뒤 유학 갔던 미국, 영국, 프랑스와 맞붙어 세계대전을 일으킬 만큼 국력을 키워냈다.

중국은 이보다 더 일찍 바깥세상을 배우는 데 눈을 떴다. 1860년대에 이미 관둥(關東)성의 명문집안에서 골라 뽑은 120명의 청소년을 미국 코네티컷州(주)에 유학을 보냈다. 아편전쟁(1840년)을 겪으면서 열강의 현대식 해군함대와 선진화된 군사력에 당한 치욕이 조기유학의 동기요, 자극제였다.

그리고 140여 년이 흐른 지금 세계 1위 대국 미국과 경쟁하고 있다.

조기유학의 결실을 따내는 데 일본은 70년이 걸렸고 중국은 100여 년이 넘게 걸린 셈이다. 우리는 어떤가. 이번 겨울방학에도 어학연수, 조기유학 행렬은 끝없이 이어졌다. 교육부의 통계로는 조기유학 관련 출국자(가족 동행, 이주 포함)가 3만 명을 넘어서 있다.

이 중 미국이 40%, 중국이 20%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아프리카나 피지섬, 인도, 남미 에콰도르에까지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황금을 찾아 떠나는 '골드러시'가 아니라 지식과 성공을 꿈꾸며 떠나는 '유학러시'다.

반면에 한국에 유학 오는 외국학생은 아직 미미하다. 유학 부문만 떼놓고 보면 분명 외화수지에서는 적자다. 그러나 미래세대에게 세계를 보는 눈만은 띄워줘야 한다. 이웃 아시아 강국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유학의 열매를 따내는 데는 우리 아이들이 이르면 일렀지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희망이 있다.

연간 수만 명의 조기유학생을 내보냈을 때 과연 몇 %를 외화학비가 아깝잖을 만한 글로벌 인재로 건져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달러만 축내는 쭉정이 유학생이 나오고 무늬만 유학생인 오렌지족이 생겨나더라도 줄기차게 내보내야 한다.

나라살림 형편만 된다면 유학생은 많을수록 나쁠 것 없다는 것이다. 외화가 샌다는 걱정도 할 수 있지만 따져보면 한국에 앉아있어도 그 아이들이 외국브랜드 신발 신고 다니며 수입밀로 만든 빵, 과자에다 콜라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헛피자 먹으면 나가 쓰나 앉아 쓰나 그게 그것인 글로벌 시대다. 문제는 유학할 형편이 안 되는 우수한 아이들에게도 해외유학의 기회를 넓혀주는 제도나 정책의 확대다.

140년 전에 지방省(성) 아이들을 뽑아 미국 땅으로 보냈던 중국처럼 가난한 집안의 인재들도 뽑아내 부모 덕에 유학 가는 또래와 같이 미래의 한국을 위해 경쟁시키는 조기유학 지원은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부동산 값만 올려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지방 혁신도시 건설사업만 해도 보상비 3조 원을 미래의 한국을 먹여 살릴 인재육성과 조기유학 지원 쪽으로 돌린다면 최소한 1만~2만 명의 가난한 조기유학 인재를 내보낼 수 있다. 좁은 국토에 인구는 그대로인데 지방도시 하나 이리 옮기고 저리 세우는 데 수조 원을 쓰는 정치인의 감각보다 한 명의 인재가 백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인재존중철학을 지닌 빌 게이츠나 이건희 회장의 앞선 생각이 더 맞다고 보면 우수 인재의 조기유학 지원은 자원이라고는 사람뿐인 우리에게는 주저할 것 없이 밀고 나아가야 할 미래생존의 길일 것이다.

金廷吉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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