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0대 자영업자로 군대에서 전역한 지가 25년이 훌쩍 넘어섰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아직 내 생활에는 알게 모르게 군 생활의 규율과 정신이 베어나와 나 자신도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당시의 어려웠던 유격, 행군, 구보, 동계훈련 등을 거뜬히 수행했기에, 사회생활에서 어떠한 어려운 일이 닥쳐도 헤쳐나갈 수 있었다.
최근 불거진 '군대에서 썩는다.'는 논란을 보면 참으로 씁쓸하다. 이 각박한 시대에 헉헉거리며 쓰러져 가는 전우를 일으켜 세우고, 군장과 소총을 대신 메어주고 함께 달렸던 '전우애'야말로 군대가 아니고서는 체험해 볼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요 추억이다.
작전과에서 복무하며 밤새워 차트를 작성하고 작전지도를 그리며 배운 기술과 정신(극기심과 인내심)은 전역 후
나의 삶에 남보다 앞설 수 있는 저력이 됐다. '60만 분의 일'의 일원으로서 어느 지역, 어느 자리에서 일익을 담당했다는 자긍심 또한 샘솟았다.
이렇게 볼 때 나는 결코 군에서 썩지 않았다. 어쩌면 군생활은 나를 썩지 않게 한 소금이었는지도 모른다. 전염병을 예방하려면 약한 전염병원균을 주사해 우리 몸이 이기게 해 '면역성'을 키운다. 군 생활도 다소 힘든 면은 있지만, 혈기 왕성한 젊은이로서 한 번 도전해볼 만한, 아니 꼭 거쳐야 할 참인간이 되는 과정이다.
자녀의 군면제를 위해 원정출산까지 마다하지 않는 시대에도 군대에 가는 것은 사나이로서 본분을 다하는 것이며, 자랑스럽고 명예스러운 일이지, 결코 썩으러 가는 길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신조순(대구 북구 산격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