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지막에 대한 백과사전

입력 2007-01-27 07:18:25

이안 해리슨 지음/ 이경식 옮김/ 휴먼 & 북스 펴냄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살고자 했던 내일이었다.' 만일 당신이 내일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스피노자처럼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각별하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음을 뜻하기에 늘 아쉬움과 비장함이 수반된다. 하지만 마지막은 새 출발을 의미하기도 한다. 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통로도 되기 때문이다.

인류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할 마지막 기록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멸종한 동물, 왕조의 몰락, 파괴된 고대 문명, 유별난 TV 드라마의 종영, 예술가의 혼이 담긴 최후의 작품, 잔혹한 전쟁의 끝, 유명 인사들의 죽음과 그들의 유언 등 마지막과 관련된 다양한 장르의 지식들이 총 망라 되어 있다. 155장의 컬러 사진 뿐 아니라 연표, 관련 상식을 설명한 지식창고 등이 평면적인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스포츠는 고대 그리스에서 열린 여러 종교 축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종교 축제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제우스를 찬양하기 위해 올림피아에서 열렸던 고대 올림픽으로 기원전 776년에 시작돼 4년마다 한번 씩 개최됐다.

처음에는 단일 경기로 치러지다 기원전 728년 올림픽을 끝으로 점차 종목 수가 늘어나 대형 스포츠 행사로 변모했다. 기원전 692년 하루만에 모든 경기를 끝낸 마지막 올림픽이 열렸고 기원전 632년에는 경기 기간이 5일까지 늘어났다.

고대 올림픽은 로마가 그리스를 점령하는 기단 동안 절정을 넘어섰다. 네로 황제와 티베리우스 황제는 직접 올림픽 경기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로마 황제가 기독교를 받아 들이면서 올림픽 경기는 불행한 운명을 맞았다. 393년 로마 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는 올림픽 경기가 기독교 윤리에 어긋난다며 올림픽을 금지했다.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는 프란츠 카프카는 뜻밖의 유언을 남겼다. '심판', '성', '아메리카'를 포함한 수많은 소설들의 원고를 읽지 않는 상태 그대로 파기해 달라고 부탁한 것. 하지만 20년 지인인 시인·소설가인 막스 브로트는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작품들을 출간했다. 만일 브로트가 유언을 따랐다면 카프카의 위대한 소설은 영원히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 '대부'와 '대부2'는 아카데미상과 관련된 마지막 기록을 3개나 보유하고 있다. '대부2'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마지막 속편 영화다. '대부2'는 전편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며 197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 6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다.

등장 인물인 비토 콜레오네는 2명의 배우에게 아카데미상을 안겨준 마지막 배역으로 기록되어 있다. '대부'에 출연한 말론 블랜도가 남우주연상, '대부2'에 출연한 로버트 드 니로가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러나 민권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던 말론 블랜도가 아메리카 인디언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처우에 저항하는 의미로 아카데미상을 거부해 아카데미상을 거부한 마지막 배우로 남아 있다.

또 1927년 작 '윙스'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마지막 무성영화, 1991년의 '양들의 침묵'은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그리고 각본상을 한꺼번에 거머쥔 마지막 영화, 1995년 '일 포스티노'의 마시모 트로이시는 사후에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마지막 배우, 1997년의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는 외국어 부문 영화에 출연하여 남우주연상을 받은 마자막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기록은 깨어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런 기록들이 언제 깨어질지도 하나의 관심거리다.

이 밖에 책에는 1453년 오스만 투르크에 정복되면서 이스탄불이라는 지금의 이름을 가지게 된 콘스탄티노플, 최초의 이동 조립 라인을 통해 대량생산된 자동차 포드의 T 모델의 마지막 생산, 노예제도의 종식, 마구잡이로 남획되어 멸종된 도도새의 기록 등이 수록되어 있다. 284쪽, 3만3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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