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혼자라는 것

입력 2007-01-26 07:27:06

오랜 만에 혼자 영화를 보러 극장엘 갔습니다. 갑갑하거나 쓰던 글이 잘 안 풀릴 때 가끔 영화를 보러 가곤 했지요. 그날은 황석영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한 '오래된 정원'을 보려고 매표를 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둘러보니 혼자 온 사람은 저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의 풍토도 참 많이 변해서 연인중심, 부부중심의 분위기가 당연시되기에 이르렀죠. 그래서 혼자 다닌다는 일이 스스로도 쑥스럽고 불편하게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 영화나 연극 그리고 전시회도 혼자 곧잘 다니곤 했지요. 공감대가 서로 비슷하지 않으면 그런 감상의 시간은 어느 누구 한 쪽이 참거나 기다려 주어야 하기에 그런 강박증을 느끼기 보다는 차라리 혼자를 고수하게 되었던 것 같은데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혼자라야 보다 집중하기에 좋기 때문이지요.

물론 함께해서 즐거운 것도 있고 여럿이 모여야 힘이 생기는 일도 많습니다만,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혼자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통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른 바, 집에 낮에 혼자 있는 여자는 암환자라고 폄하하는 일이나, 혼자 있는 사람은 인간성에 문제가 있다든가 하는 말들로 쓸데없이 무리를 정당화하는 일 말입니다.

물론 사회성에 문제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혼자서 자신의 책무에 성실한 선량한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은 아닐는지요. 엄밀히 말하면 몰려다니는 사람, 혼자이기를 한사코 두려워하는 사람이야말로 자기 자신에 소홀하기 십상 아닐까요.

사실 혼자하기에 제일 힘든 일은 혼자 밥 먹는 일입니다. 식당에 혼자 가는 일 만큼 어려운 일은 없습니다. 어찌하다가 식사 시간을 놓쳐 부득이 혼자 먹어야 하는 때, 혼자서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는 일이 우선 미안하고 2인분 단위의 식사를 제외하면 메뉴 선택은 아주 제한되죠. 그러다 패스트푸드점에서 간단히 해결하는 식사는 좀 우울하지요.

참 그날, 광주 민주와 운동을 다룬 '오래된 정원'을 보며 마지막에 눈시울이 더웠는데요. 그런 투사들을 생각하면 나는 과연 얼마나 혼자였는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혼자 밥 먹는 따위를 신경 쓰는 소인배야말로 이 나라를 위해 얼마나 진정 혼자였는지, 고독했는지 말할 자격이 없을 듯 했습니다. 영화 속 희생된 젊은 목숨들이야말로 그 암울한 시절, 진정한 혼자가 아니었을까요.

이규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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