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政(국정)이 문란하던 고려시대 말기에 괴이한 짐승 '불가사리'가 등장했다. 쇠를 집어삼키고 점점 커져 세상을 소란케 한 이 괴물은 곰을 닮은 몸에다 코는 코끼리, 눈은 코뿔소와 비슷했다. 조선시대 후기에 발표된 소설 '不可殺爾傳(불가사리전)' 에 묘사된 불가사리의 모습이다. 너무 지나친 비약일는지 모르나 우리가 불가사리의 위장을 가진 것쯤으로 여기거나 속이 그 괴물 같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꽃게에 납덩이, 고춧가루에 쇳가루를 넣는가 하면, 發癌(발암)물질이 든 묵, 황산이 가미된 참기름을 팔아 돈을 챙긴 악덕 업자들이 그런 사람들이지 않은가. 불량식품을 만들면 유통기간까지 늘어나 돈이 엄청나게 더 벌리게 된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소산들이기도 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을 따름이다. 남이야 죽든 말든 돈 욕심만 채우려는 사람들의 人面獸心(인면수심)의 끝이 과연 어디일는지….
○…또 건강보조식품을 성기능장애'뇌세포 재생 등에 特效藥(특효약)이라 속인 통신판매업자들이 적발됐다. 경북경찰청이 어제 불구속 입건한 이들 중엔 약초발효식품을 120여 명에게 속여 판 사람, 홍삼 성분 건강보조식품을 6억 원어치나 판 사람이 있다. 또 상어연골 추출물로 17억 원을 벌거나 지갑을 '황금돼지해 복지갑'이라며 5배 값으로 판 경우도 있다.
○…이들의 돈 욕심은 사람의 위장을 '불가사리의 것'쯤으로 여기는 족속보다는 건강을 해치지는 않은 점에선 낫기는 하다. 그러나 사람들의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얌체'들이라 惡質(악질)이긴 마찬가지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노인층이라 한다. 몸도 마음도 젊은 시절 같지 않고, 판단력이 떨어질 정도로 약해진 노인들의 넉넉지 않은 호주머니를 넘보며 털어온 셈이다.
○…요즘은 전화와 인터넷을 통한 詐欺(사기)가 극성이며, '문어발'식 확산일로라는 기사도 보인다. 부동산을 비싼 값에 팔아주겠다고 유혹하거나 은행 인터넷뱅킹 사이트를 위장해 개인정보를 빼내는 일이 빈발한다. 연금을 환급해 주겠다고 속여 돈을 뜯고, 入營(입영) 장병 가족들에게까지 마수를 뻗는 일 등도 잇따라 일어났다. 인면수심의 惡德商魂(악덕 상혼)이 근절될 수 있는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한 건지….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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