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특별연설은 특별할 것도 없었다. 늘 하던 자기변명의 되풀이였고 모든 잘못은 자기 탓이 아니었다. 집 값이 미쳐 날뛴 것은 야당과 언론 때문이고 어려운 민생은 김영삼'김대중 전 정권들에서 원인을 찾았다. 자신은 지난 4년 동안 잘 했고 오류가 없다고 했다. 일부러 딴소리를 하는 것인지 實狀(실상)을 모르는 것인지 TV 생중계를 지켜본 국민들은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현 정권이 잘 못한다고 보고 있는 국민 10명 중 8명은 한숨이 절로 나왔을 것이다.
무엇보다 민생 파탄에 책임이 없다는 소리는 말문을 막히게 만든다. 물론 IMF와 신용카드 남발로 인해 민생이 어려워졌고 그걸 떠 안은 참여정부의 고충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민생문제를 해결하라고 맡긴 정권을 虛送(허송)해놓고 이제 와서 과거 정권 책임론을 들먹이는 게 말 같은 소리인가. 우리 기억으로는 대통령이 한밤중이나 새벽녘에 서민들 삶의 현장을 돌아봤다는 얘기를 들어본 바가 없다. 당장 떠오르는 건 청와대에서 컴퓨터 마우스를 쥐고 있는 이미지뿐이다. 자나깨나 민생 걱정에 애쓴 대통령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대통령은 "2003년 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아졌기 때문에 (민생) 파탄이라 하는 건 지나치다"고 했다. 빚더미에 올라앉아 하루 하루가 힘겨운 서민들에게는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다. 지금 가구 당 부채액은 3천5백만 원을 넘어서 4년 전보다 무려 21%가 불어났다. 개인 파산자는 사상 최대인 10만 명을 헤아리고 있다. 대통령이 큰 소리쳤던 매년 7% 성장은 고사하고 해마다 아시아에서 꼴찌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의 어두운 그림자인 것이다.
이런 실상은 묻어두고 유리한 수치만 골라 대통령은 자화자찬에 빠져 있다. 그러면서 역사는 훌륭한 대통령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태연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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