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옥입니다]외로움과 고독

입력 2007-01-24 07:19:03

벌써 봄이 왔나, 착각할만큼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패티김의 노랫말처럼 '봄은 아직 멀리 있는데~' 말이다.

스물여섯 창창한 나이의 가수가 되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 사진 속 그녀는 인형처럼 깜찍한 얼굴로 환히 웃고 있다. 우울증 탓이라고들 한다. 저 밝은 표정 어디에 깊고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는 건지. 무대 위에선 그토록 발랄했다는데…. 이름도 얼굴도 처음 접하는 낯선 그녀지만 너무도 일찍 접어버린 인생에 짠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살아갈수록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하루 24시간이 짧다고 수많은 사람을 만난들, 그래서 아플 시간도, 죽을 틈도 없다며 빡빡한 스케줄을 자랑해도 深淵(심연)의 고독감마저 어쩔 수는 없는 게 인생인 것 같다. 비록 그 깊이와 넓이엔 차이가 있어도.

현대인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외로움-고독감 아닐까. 부자는 부자대로, 가난한 자는 가난한 대로, 화려한 頂點(정점)에 선 자나 밑바닥 인생이거나 누구나 저마다의 외로움·고독의 짐보퉁이 하나씩 지고 산다.제몸뚱이만한 집을 평생 이고 살아야 하는 달팽이처럼.

외로움과 고독은 닮은 점도, 다른 점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일란성 쌍둥이 같기도 하고, 이란성 쌍둥이 같기도 하다.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을 위해 쉼터를 열고 있는 스태니슬라우스 케네디 수녀 같은 이는 저서 '영혼의 정원' 에서 명쾌하게 정의를 내렸다. 외로움을 "타인에게 소외됨으로 인해 느끼는 고통"이라 했고, 고독은 "비어 있고, 자유로우며, 고요하고, 평화롭게 혼자인 시간"으로 보았다.

초고층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요즘이다. 그것들이 까마득히 치솟는 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는 더 멀어져간다. 손만 슬쩍 갖다대도 순식간에 假面(가면)이 바뀌는 중국 전통예술 變臉(변검)마냥 원래 얼굴은 꼭꼭 숨긴채 가면만으로 사는 사람들도 늘어간다. 화려한 조명 아래 노래하고 춤추던 그녀도 혹 가면 뒤 우울한 얼굴을 더 이상 어쩌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건 아니었을까.

대부분 사람들은 외롭지 않으려고, 고독을 멀리하려 애쓴다. 하지만 적당한 외로움, 적당한 고독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자양분이다. 불세출의 예술가 피카소가 한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독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나는 나 스스로 고독을 지켜왔다."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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