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신년 연설을 통해 참여정부 4년간의 정책과 실적을 설명하고 남은 임기 동안 국정 마무리 방향을 밝혔다. 예상대로 새로운 정치적 제안은 없었다.
◆민생파탄 공격은 적반하장=노 대통령은 민생문제로 연설을 시작했다. 민생이라는 말만 들으면 한 없이 가슴이 아프고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생문제의 원인을 양극화로 돌렸다. 외환위기로부터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민생문제 해결점은 경제 발전과 양극화 해소로 찾았다.
노 대통령은 민생문제 책임에 대해 "책임이 있다."면서도 "민생문제를 만들어 낸 책임은 참여정부가 몽땅 다 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스로 외환위기를 초래하고 이 원인을 만든 사람들이 '민생파탄'이라고 얘기하면서 책임지라고 하니까 불만이고, 승복하기 어렵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장기적인 경제'와 '단기적인 경기'를 구분했다. 참여정부는 무리한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켜왔다고 했다. "과거에 무리한 경기부양책 때문에 우리 경제가 골병이 들었다."고 상기시켰다.
노 대통령은 '경제 파탄'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참여정부 초기와 각종 수치를 비교하며 ▷수출 3천억 달러 돌파 ▷외환보유액 2배 ▷종합주가지수 2배 이상 ▷실업률(3.4%) 하락 ▷부실기업 정상화를 근거로 들었다. 경제성장률과 관련, 참여정부 4년간 평균이 4.2%라면서 "OECD 국가에서 상당히 높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농업이 걱정=노 대통령은 '개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좋은 결과가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칠레에 이어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했고, 아세안(ASEAN) 및 캐나다와 FTA 협상이 거의 마무리 돼 가고 있다며 "이는 시장의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다만 "걱정되는 것은 농업"이라며 "119조 원 투입하는 농업발전 대책을 만들어 놓고 있다."고 밝혔다. 농민들이 살 수 있도록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부동산 잡힐 것=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 "죄송하다"고 했다. "좀 올라서 미안하고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해서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잡힐 것"이라고 확신했다. "옛날에 채택 못 했던 모든 강력한 정책들을 이번에 다 채택해 버렸다."며 "이제 정말 투기는 빠져나갈 데가 없다."고 확신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 "평화를 위한 전략의 핵심은 공존의 지혜"라고 말했다. 또 이 지혜의 요체는 신뢰와 포용이라고 했다. 북한과 신뢰를 쌓아가고 속이 상하더라도 대범하게 상대를 포용해 나가면 평화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헌법개정 적기=노 대통령은 개혁은 속도라면서 "헌법 개정도 개혁은 제 때 해야 미래에 가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내놓은 것"이라고 했다. 우리 헌법에 고쳐야할 조항이 아주 많은데 이번에 개헌이란 물꼬를 터지 않으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여야의 모든 지도자들이, 대부분의 신문들이 하자고 해서 개헌 제안을 했는데 그래놓으니 전부 입을 다물어 버렸다고 꼬집었다. 노 대통령은 "공당이 그러면 안 되고, 차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도 대답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남은 기간 책임 다하겠다=노 대통령은 "지금 관심은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역사의 평가가 아니라 남은 기간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시대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국가적 과제를 뒤로 넘기지 않고, 국민과 다음 정부에 큰 부담과 숙제를 남기지 않는 그런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이외 미리 배포한 원고에서 ▷남북 정상회담 ▷열린우리당 분당 ▷국가균형발전 정책 등을 밝혔으나 정작 연설에서는 시간을 맞추지 못해 생략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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