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공부 방법 분야는 자기주도성, 개별 맞춤형 등을 내걸고 기존 학원이나 온라인 교육과 다소 대립각을 세우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면서 공급 측면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학습실형, 코스형, 캠프형, 강좌형 등 여러 형태가 나온 것은 물론 온라인, 출판 등과의 연계도 두드러진다.
▶클리닉의 세분화
개인별 학습 매니지먼트, 진로 조언 등의 새로운 교육서비스가 기업의 형태로 본격 등장한 것은 2004년. 개별적으로 상담, 학습관리 등을 진행하던 학원 유명 강사들이 진로지도·상담·기업·분석 등의 전문가들과 뭉쳐 서비스를 체계화·전문화하면서 물꼬를 텄다.
선두주자로 꼽히는 E사의 대구 한 분원. 18일 오후 찾아간 이곳은 학생들이 제각기 앉아 자기 공부를 하는 독서실과 외견상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개인별로 공부 습관과 취약점, 학습 능력과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받은 뒤 일별, 주별, 월별로 짜여진 계획표에 맞춰 공부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 공부 전략과 학습 계획을 짜 주는 학습매니저와 궁금증을 풀어주는 과목별 코치가 언제나 곁에 있다는 든든함도 다르다. 자신에게 가장 맞는 학습 방법을 일러주고 관리까지 해 주니 학생들은 그야말로 이곳에 와서 하루 4~5시간씩 공부만 하면 되는 셈이다.
"한 중2 학생은 상담을 해 보니 학원에서 벌써 수학Ⅱ를 듣고 있었어요. 학원 진도를 따라잡기 위해 과외까지 받다 보니 혼자 공부하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아무리 학원에 다녀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 수밖에 없었죠." 이 곳 원장은 "아무리 공부해도, 아무리 학원에 다녀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학부모들의 상담이 가장 많다."고 했다.
학습 전략 수립에 취약한 학생들은 물론 자기 확신이 약한 학부모들로서도 반길 만한 서비스다. 이 업체는 2004년 문을 연 초기에는 클리닉이나 매니지먼트의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지금은 대구 6곳을 비롯해 전국에 50개의 가맹업체를 둔 대형 업체로 성장했다.
비슷하게 시작한 G사는 공부원리 강의로 인기를 끈 강사가 앞장서 설립했다. 학습법 집중코스, 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한다. 학습 동기 부여, 자신감 향상 등 정신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학습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 시험 잘 보는 법, 카드를 활용해 기억력 높이는 법 등 구체적인 학습 방법에 대해서도 가르쳐준다.
이밖에도 학생들의 진로 지도를 통해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W사, 학습·심리 등을 진단해 교과별 향상 프로그램과 진로 컨설팅을 하는 J사, 학생부와 수능 등 대학입시 전형요소를 분석해 대학입시 전략을 세워주는 K사 등 컨설팅이나 매니지먼트, 클리닉 등의 이름을 내건 업체가 10개를 넘는다.
▶출판의 다양화
서점가에서 공부방법 서적이 나온 것은 이보다 다소 앞서지만 공부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다양한 책들이 서가를 메우고 있다. 꾸준히 인기를 끄는 지침서도 많지만 교육 이슈나 트렌드에 따라 발빠르게 출판되는 책들은 여러 종이 한꺼번에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지기도 한다.
19일 오후 교보문고 대구지점 1층 '공부비법' 코너. 'OOO교수의 공부는 전략이다', '하루 15분, 기적의 노트 공부법', '공부 잘하고 싶으면 학원부터 그만둬라', '대한민국 상위1%의 공부습관, 계획' '공부습관, 고정관념의 틀을 깨보자' 등 관련 서적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한 책은 설명형, 설명과 필기를 동반하는 형, 프린트한 부교재를 활용하는 형, 문제풀이 중심형 등 교사의 강의스타일에 따라 어떻게 노트 정리를 할 것인지까지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에 '누가 뭐래도 우리는 민사고·특목고 간다', '꼴찌에서 1등까지', '대치동 엄마들의 2008년 입시전략', '자녀를 바꾸는 맞춤형 공부법' 등 명문대, 특목고 입학생이나 '재야'의 공부전문가들이 쓴 수기까지 합하면 50여 종에 이른다. 정상엽 교보문고 대구지점 영업팀장은 "매주 20~30권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부 수기보다 학습 전략을 담은 서적이 더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학습 다이어리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 '스터디 플래너', '따라하면 성적이 오르는 다이어리', '성적을 올려주는 공부 다이어리', 'D-100 합격 플래너' 등은 학생 스스로 목표 학습진도를 기록하고 관리하도록 한 것. 2005년을 전후해 선을 보였지만 업계에서는 해마다 전국적으로 수십만 권이 팔려나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온라인 업체도 관심
온라인 교육 업체들도 최근 공부 방법 분야에 손을 내밀었다. 2008 대입부터 내신과 수능, 논술 가운데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기 힘들어짐에 따라 학습 매니징의 영역이 커질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 아직은 온라인의 특성에 맞게 공감 댓글 달기, 심리테스트형 학습법 찾기, 좋은 공부 습관과 나쁜 공부 습관 공개 등 다양한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유명 강사들의 학습법 소개 동영상 강의를 소개하는 정도의 서비스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교육의 인기가 꾸준한 만큼 이와 연계한 서비스, 유명 온라인 강사의 오프라인 특강 등 여러 가지 서비스를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업체는 이번 겨울방학 동안 공부방법·대학입시·논술 등 오프라인 설명회를 열면서 '공부 습관을 바로잡는 연습장', '공부의 기술 비책서' 등 학습 전략을 담은 서적을 배부하기도 했다.
▶과연 도움 될까
공부 방법 공부, 개인 맞춤형 관리 등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업체 관계자들은 이 같은 서비스들이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떨어뜨린 기존 사교육시장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측면에서 시작됐고 거기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 주목하라고 주문한다. 특히 2008학년도 입시제도에서 요구하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교육 패턴으로는 힘들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부를 해야 할 동기를 부여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줌으로써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데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며 "대학에서도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인 만큼 점차 체계화하면서 기존 사교육 기능 일부를 대체하는 서비스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전략'이나 '비법', '동기 부여' 등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기존 사교육의 상술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서울의 한 학습 다이어리 제작사 관계자는 "학생을 붙잡아 놓고 한다는 측면에서 학원이나 학습 매니징 업체나 비슷하다. 쪽집개식 과외, 학원 커리큘럼에 익숙한 학생들이 대학 진학 후 실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이 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일현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은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먹일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예전에 우수한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공부일정을 혼자 관리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과목마다 공부하는 요일과 시간이 정해져 있고 학원이나 과외 교사가 정해 놓은 분량만큼 따라가는 것이 습관화돼 있지요. 학습 컨설팅이나 매니징 등의 서비스도 학생 입장에서는 스스로 길을 찾는 게 아니라 남이 정해준 틀대로 공부하는 기계적인 방법에 불과하기 때문에 동기 유발은 어렵습니다."
윤 실장은 "빈틈없는 관리와 간섭이 단기적인 효과는 있지만 이것이 일상화하면 학생의 자립심과 자발성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스스로 학업과 여가 시간을 자율적으로 관리하게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게 하는 과정을 거쳐야 자기주도적인 학습 습관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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