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뮤지컬 '미스 사이공'

입력 2007-01-23 07:19:07

눈물샘 자극하는 'I still believe'

지난 20일 오후 7시 프리뷰 공연을 통해 대구에 첫 선을 보인 뮤지컬 '미스 사이공'은 줄거리가 살아 있는 한 편의 대작 드라마였다.

뮤지컬 공연 역사상 최대 히트작으로 꼽히는 '맘마미아'가 세계적 히트 팝송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공연 참여를 유도했다면 '미스 사이공'은 사랑과 이별, 그리움, 모성애 등 공연 전편에 녹아 있는 삶의 희노애락이 진한 감동을 전하면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특히 전쟁의 참상과 전쟁 고아 등 사회 고발성 메시지는 월남전 참전과 라이 따이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미국 대사관에 진입하려는 베트남 난민들의 몸부림이 슬로 모션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대사관으로 들어가지 못한 킴과 억지로 헬리콥터에 실려 미국으로 떠난 미군 장교 크리스의 엇갈린 운명은 비극적 사랑을 잉태한 씨앗이었다.

크리스를 기다리며 공산화 된 베트남에 홀로 남겨진 킴과 말 못할 고민에 시달리는 남편 크리스를 본 미국인 아내 엘렌이 함께 부르는 'I still believe'는 한 남자를 둘러싼 두 여인의 애절한 감정이 잘 스며든 노래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캣츠'를 대표하는 노래가 'Memory'라면 '미스 사이공'에는 'I still believe'가 있었다. 또 아들 탐을 위해 킴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마지막 장면은 숨소리조차 죽였던 관객들로부터 아낌없는 기립 박수를 유도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였다. 실제 유흥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가 하면 모든 키스가 실제로 이루어져 현실감을 더했다. 영국 스텝들이 모든 연기를 실제와 같이 주문했다는 후문.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람 가능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우스갯 소리도 나왔다.

영국 스텝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던 김성기 씨의 합류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미스 사이공' 연습 도중 쓰러져 4개월여 동안 병마와 싸웠던 김 씨는 예전의 기량을 회복한 듯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비열한 엔지니어 역을 잘 소화해 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 밖에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교포 마이클 리(크리스 역)의 한국어 대사 전달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고, 대구에서 공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탐 역의 어린이도 대형 무대에 주눅 들지 않고 연기를 잘 소화했다.

하지만 '미스 사이공'의 상징인 헬기 탈출 장면에 등장한 3D 영상 헬기는 현장감을 살리기에 다소 부족한 면이

있었다. 8t 트럭 16대 분량의 방대한 무대 세트는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가 비좁게 느껴질 정도였으며 배우들의 노래가 음악 반주와 충돌하는 경향도 없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필동 대구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우리가 흔히 접했던 서구식 패턴의 뮤지컬과 달리 미스 사이공은 내용 자체가 우리 정서와 맞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고, 극의 짜임새도 명성에 걸맞게 훌륭했다."며 "가사와 대사 전달력이 다소 떨어지고 헬기 영상 장면이 일부 잘리는 점 등을 보완하면 더 완벽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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