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과일 이제 '당도'가 기준

입력 2007-01-20 07:32:08

요즘에는 몇몇을 빼고는 거의 모든 과일을 사철 맛 볼 수 있다. 냉장·냉동기술의 발달로 저장성이 높아지면서 신선한 상태로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된 때문이다.

한겨울인데도 백화점 식품관에 가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형형색색의 과일을 맘놓고 고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백화점 매장에서는 일반 시장에서 판매하는 과일보다 당도·색깔·모양 등이 우수한 상품들을 많이 진열하고 있다. 같은 과일이라도 백화점 제품이 때깔 좋고, 단맛이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백화점 신선과일의 경우 소비자가는 다소 높더라도 맛과 보기에도 좋고 신선한 최상의 제품을 매집하려는 바이어들의 활동이 사철 및 밤낮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 백화점의 과일담당 바이어(buyer)는 자체적인 품질기준에 합격한 우수한 상품만을 선별, 입점시켜야 하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도란

이같은 엄선 과일을 두고, 소비자들이 더 맛있는 과일을 고르기 위해서는 구매할 때 당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과일의 당도는 과일이 지닌 당분을 수치로 나타낸 것. 당도는 용액속에 들어있는 설탕의 정량을 표현한 수치로, 물 100g에 설탕이 11g 들어있으면 당도는 11브릭스(brix)가 된다. 대구백화점 등 지역 백화점의 식품매장에서는 일반 시중 상품보다 당도가 2~3 브릭스 높은 과일만 선보이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과일의 당도 형태는 산도·당도가 적절하게 배합돼 처음 먹을 때 새콤한 맛이 느껴지고, 뒷맛은 달게 느껴지는 상태.

보통 과일의 경우 당도가 8 브릭스 이상이면 단맛을 느낄 수 있으며, 단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산도가 1 이하여야 한다. 마늘의 경우 당도가 20 이상이나 되지만 산이 없어서 단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과일별로 당도의 기준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사과 12 ▷참외·배 11 ▷밀감 10 ▷포도 16 ▷바나나 15 ▷한라봉 14 브릭스 이상 돼야 상품(上品)으로 분류돼 검품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데 백화점 입점 과일의 실제 당도는 이 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하지만 과일 등 농산물의 특성상 당도의 일괄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상자별로는 당도 표시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채소류도 고당도 제품 인기

웰빙이 사회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과일보다 당도가 높거나 비슷한 채소류도 큰 인기. 건강을 위해 샐러드나 주스 등 생식을 하는 가정이 늘면서 '날 것'으로 먹을 수 있는 채소류도 주목받고 있다.

당도가 높은 채소의 대표격인 호박고구마는 15 브릭스 이상이고, 미니파프리카는 11, 미니당근은 7 등으로 당도가 높은 편. 또 청운무우·밤고구마·포항시금치 등 단맛이 나는 채소들도 최근들어 좋은 반응이다.

이같은 추세에 힘입어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등의 당도높은 호박고구마·당근과 샐러드용인 파프리카 등의 매출은 최근들어 매년 100% 이상 신장하고 있고 단호박·일반고구마 등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당도 검사법

대백프라자 등 백화점 식품관에서는 소비자들이 직접 당도를 측정할 수 있는 '디지털 당도계'를 비치하고 있다. 당도 측정계에 과일의 원액을 묻히면 당도가 수치로 나타나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백화점에서는 바이어가 과일 산지나 도매시장에서 상품 구입시 표본 당도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대구백화점의 경우 지정농장인 '남제주 하우스 감귤농장'에서 들어오는 귤에 대해 100% 비파괴 당도 선별기를 통과한 제품만 엄선하고 있다. 비파괴 당도선별기는 자외선을 투과하는 방식으로, 과일이 컨베이어를 통과하는 순간 제품 하나 하나의 당도를 측정 할 수 있는 시스템.

대구백화점 식품매입팀 이상현 청과바이어는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친환경농산물 등 웰빙관련 농산물과 함께 더 맛있는 과일을 선호하고 있다. 산지 농가를 직접 찾아다니며 맛있는 과일을 찾아내고, 더욱 엄격한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도높은 과일만 능사인가

당도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과일이나 채소로 보기는 힘들다. 당도가 높다는 것은 그 만큼 맛이 좋다는 것이지 과일이나 채소의 품질이나 영양가와는 다소 다르다는 얘기다. 당뇨환자의 경우 곶감 등 당도가 높은 과일을 먹으면 혈당이 급격하게 높아진다는 것은 몸에 일시적으로 좋지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당뇨환자 등은 고당도 과일섭취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당도가 높다는 것은 당도뿐만 아니라 그 과일이나 채소가 가지는 영양소가 풍부, 싱싱하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건강한 사람에게서는 과일에 포함된 당도가 건강에 해를 끼칠 정도로 높진 않기 때문에 싱싱한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 비록 당도가 낮아 맛이 좀 덜 하더라도 제철에 나는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적당히 먹을 수 있다면 스스로의 건강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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