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명확한 정치철학도 나타냈고, 국가경영 비전에 대해서는 미래지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손 전 지사는 18일 올 들어 첫 방문한 대구에서 매일신문과 가진 단독인터뷰를 통해 범여권 후보설, 이번 대선과 당내 경선에서의 대구·경북 역할, 당내 경쟁 주자에 대한 평가,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 등에 대한 자신의 뜻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특히 손 전 지사는 그 동안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해왔던 것과 달리 이날은 자신의 색깔과 입장을 분명히 하며,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거침없이 밝히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 대선주자 중 한명인데, 어떻게 해서 범여권 후보설이 나오나?
▷(나는) 한나라당의 주인이자, 기둥이다. 당이 어려울 때 당과 함께 있어 왔고 한나라당을 지켜왔다. 손학규가 없는 한나라당을 생각해 보라. (내가) 한나라당을 지키고 있으면 누가 한나라당을 수구보수, 영남당, 지역당이라고 하겠나. 거꾸로 범여권에서 이런 얘기가 왜 나오는 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손학규가 갖고 있는 본선 경쟁력 때문이다.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사회통합 능력, 경제부문의 능력 때문일 것이다. 또 본선에서 여당 후보가 거론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검증에서도 손학규가 그 공격을 가장 잘 막아낼 수 있다. 여권 쪽에서 나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여당이 나를 가장 두려워 하고, 흠집없는 한나라당 후보로 생각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손 전 지사의 정치이념 때문에 범여권 후보설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나를 중도개혁 세력의 대표 정치인으로 보는 데 잘못됐다. 한나라당은 보수를 표방한다. 하지만 개혁이 없는 보수는 후퇴한다.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한 끊임없는 혁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손학규가 가치 있다. 나는 좌도 우도 아닌 가운데서 이리 저리 기웃거리는 사람이 아니다.
-사회통합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차기 대통령에게 필요한 리더십이다. 우리 사회는 갈등과 반목, 지역주의로 점철돼 왔다.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의 지역주의 구도를 경계한다. 지역주의가 대선에서 재연되면 또 다시 정치를 후퇴시키고 나라를 거꾸로 가게 만든다. 영·호남 구도로 치러진 지난 여러번의 대선에서 상당한 후유증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지금 당과 국가가 필요로 하는 것은 사회통합의 리더십이다. 지역과 좌·우 이념, 세대를 아우를 수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꼭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영·호남 출신의 대선 후보가 나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명박 전 시장의 대선공약인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평가는?
▷지금은 공약을 내놓을 때가 아니고 21세기 국가경영 비전을 제시할 때다. (한반도대운하) 건설 프로젝트는 죄송하지만 그냥 공사이지, 비전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글로벌, 디지털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첨단 시대에 60, 70년대 개발논리로 국민들을 현혹시켜서는 안된다. 이런 논리로는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인도할 수 없다. 국민들도 똑바로 알아야 한다. 한반도대운하는 수많은 국가비전 중 한 부분이어야 한다.
21세기는 광개토전략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세계로 확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10만 글로벌 인재를 양성해야 하고, 삼성과 같은 10대 글로벌 일등기업도 육성해야 할 것이다. 동북아 경제협력체를 우리가 주도하는 등 자유무역협정(FTA)를 통한 글로벌 경제협력도 필요하다. 창조와 개방과 통합의 정신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
-전문가 그룹의 높은 인기에 비해 당내 기반과 대중적 지지는 아직도 미약한데?
▷지금부턴 한나라당 지지자들과 국민들이 생각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차기 대통령감에 대해 절실해하지 않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여론에 치중하는 것 같다. 국민들은 더 이상 대세론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뚜렷한 정치철학과 국가경영 비전을 가진 후보가 누군지를 면밀히 살펴야 하고, 평가해야 한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당내 후보 선출시기와 본선이 다가올수록 국민들은 대선주자들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고 이어 냉철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대구·경북 주인론을 주장하고 있는 이유는?
▷대구·경북은 한나라당의 본산이자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존중한다. 주인은 주인으로서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주의에 안주해 내것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이제 대구·경북은 국민들에게 열린 지역, 미래 지향적인 지역으로 인식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주의라는 오랜 함정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된다. 대구·경북은 당내 경선은 물론, 대선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대구·경북의 열린 시각이 차기 대통령을 결정 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구를 예로 들면 대구·경북은 주장이다. 주장은'스타'를 내세워 골을 넣게 뒷받침해 주는 큰 형이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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