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네 꿈을 펼쳐라!] ②기독교 음악 가수 꿈꾸는 지민양

입력 2007-01-19 08:54:17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기를 꿈꾸는 지민(17·여·가명)이는 매일 오락실에 있는 300원짜리 노래방을 찾는다.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피나는 연습을 해야 하지만 지민이에게는 노래를 할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엔 사용하는 컴퓨터마저 고장이 나면서 음악을 들을 기회조차 없어졌다. 하지만 지민이는 엄마(42)에게 컴퓨터를 고쳐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대구의 한 모자보호시설에서 살며 4년째 아빠가 진 빚을 갚고 있는 엄마의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민이는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잠시 배운 피아노 실력으로 음감을 잡고 가끔 귀동냥으로 들은 음악으로 노래 연습을 하고 있는 것.

지민이의 노래 실력은 이미 여러 차례 수상을 통해 입증됐다. 지난해 11월 대구 청소년 어울림 한마당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대구 한 케이블 방송사가 주최한 뮤직페스티발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이 외에도 지민이는 많은 대회를 휩쓸면서 서울의 모 기획사로부터 가수 제의도 받았다.

지민이는 그러나 뛰어난 노래 실력을 숨긴 채 지난해 대구전자공고에 입학했다. 100만 원이 넘는 예술고등학교의 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 음악 공부를 하는 꿈을 잠시 접었다. 지민이는 학교에서 기술을 배워 취직해 대학 학비를 벌기로 마음을 먹었다. "빨리 돈을 벌고 싶어요. 실용 음악을 공부하고 싶거든요." 지민이는 열심히 일해 엄마에게 생활비도 보태주고 음악 공부도 하고 싶다. 지민이는 현재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기독교 음악) 가수를 꿈꾸고 있다. 사실 지민이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루종일 집을 비워야 했던 엄마의 빈자리를 신앙심으로 이겨냈다. 교회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 "교회를 가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용기도 생기고요." 엄마는 이런 지민이가 대견스럽다. "지민이에게 온전한 사랑을 주지도 못했는데 아이는 오히려 절 배려하네요." 엄마는 이런 지민이를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아려온다고 했다. "능력 없는 부모 만나 제 끼 하나 발휘하지 못하고···." 지민이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는 엄마의 손을 꼭 잡으며 위로했다. "엄마, 아빠 빚도 이제 다 갚아 가잖아. 앞으로 내가 돈 많이 벌테니까 엄마도 힘내. 나 믿지."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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