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안 '아라비안 로브' 직물 세계일류상품 선정

입력 2007-01-19 07:53:26

자체 브랜드 '소프실'로 중동의류 시장 평정

최근 지역 화섬업계에 경사가 있었다. (주)성안의 '아라비안 로브직물(중동 전통 남성복용 합섬직물)'이 산업자원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으로 새롭게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합섬직물이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것은 흔하지 않은데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화섬업계에서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지역 섬유업계는 반색이다. 23일 시상식을 앞둔 박용관 대표의 표정에는 모처럼 웃음이 번졌다.

◆'소프실'로 중동 남성들을 사로잡다

아라비안 로브직물은 우리에게 조금 생소하지만 한국으로 치면 한복 소재와 같은 의미를 가진다. 중동 사람들만이 입는 의류 직물인 셈이다. 중동 사람들의 90%가 로브 직물을 입을 만큼 단일 품목으론 엄청난 시장이다. 대체로 화이트와 블랙으로 나뉘는데 화이트의 경우 남성들이, 블랙의 경우 여성들이 주로 사용한다.

(주)성안이 아라비안 로브직물 시장에 뛰어든 것은 1980년대 후반. 박 대표는 "당시만 해도 일본의 대표적인 섬유업체들이 시장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한 때"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기업이던 코오롱과 선경(구 SK) 등도 도전을 했다 실패를 맛 본 시장이었다.

박 대표는 "이미 일본 기업들이 독점하는 상황에서 시장을 뚫기가 무척 어렵고 터치감의 원천 기술을 일본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정착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고 술회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땀이 많이 나도 찰랑거림을 유지해야 하는 촉감과 화이트의 경우 생산 전 과정에서 청결이 유지되어야 하는 등 기술적인 문제가 많았기 때문. 박 대표는 "현재 세계 화섬업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중국조차도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성안은 몇 년간의 고전을 당당히 극복하고 1992년 자체 브랜드인 '소프실'을 내놓으면서 일본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시장 점유율이 26%에 이를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섰다. 박호생 부사장은 "화이트 아이템만 100여 가지가 될 만큼 끊임없는 기술력으로 인한 차별화가 주효했다."고 평했다.

현재 소프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중동 7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로브 직물 시장에서 최고급 대우를 받고 있다. 박 부사장은 "소프실이라고 하면 상인들이 다른 제품에 비해 1야드에 20센트를 더 붙이고 있다."고 자랑했다. 현재 소프실은 (주)성안의 대표 브랜드인 '스타텍스'와 함께 이 회사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꾸준한 구조조정, 재기의 밑거름되다

한 때 (주)성안은 연간 2억5천만 달러 수출, 계열사 포함 직원 수 2천 명 등 전국 화섬업계에서 공룡으로 통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공룡을 쓰러트릴 만한 비수가 날아왔다. 바로 IMF였다. 2년 정도는 환차익 등으로 기회 이득을 누렸지만 1999년부터 중국의 본격적인 저가 물량 공세가 시작되면서 (주)성안도 타격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IMF 전부터 섬유업계의 어려움을 예견하고 있던 박 대표는 1998년 과감히 구조조정에 나섰다. 수량 위주의 생산 방식에서 품질 위주의 생산 방식으로의 전환을 더욱 가속화시킨 것. 특히 경쟁력 없는 생산설비를 줄이고 범용품을 청산하는 등 '다운사이징'에 몰두했다. 당연히 외형이 줄 수 밖에 없었다. 2억5천만 달러에 이르던 수출액은 2001년엔 1억 달러에 그쳤고 한 때 120명이나 되던 무역부 직원들도 50여 명으로 줄었다. 박 부사장은 "IMF 직전보다 규모면에선 지금이 1/3 수준이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내실은 더욱 튼튼해졌다. 한 달에 100여 가지의 아이템이 새롭게 나올 정도로 R&D 투자에 집중해 이 회사 브랜드인 스타텍스는 세계적으로 짝퉁이 범람할 정도로 최고의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올해를 마지막 구조조정의 해로 보고 있는 박 대표는 하지만 또 다른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의류용 직물 구조에서 비의류용 직물 구조로의 전환이다. 박 대표는 "쇼파지나 커텐지 등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홈인테리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계속된 도전으로 (주)성안은 한국을 넘어 일본의 글로벌 기업인 '데이진'과 '도레이'처럼 독자적 기술이 풍부한 대표적인 섬유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야심찬 꿈을 꾸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 '세계일류상품'이란?

세계일류상품 선정은 산업자원부가 엄격한 심사를 거쳐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하는 것으로 수출유망품목을 발굴·육성하고 새로운 수출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이다. 선정 품목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5위 이내이면서 세계시장 규모가 5천만 달러 이상, 수출 규모가 5백만 달러 이상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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