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비가림 시설, 농민 "그냥 두자" 농진청 "걷어라"

입력 2007-01-19 07:59:05

'농민들의 오랜 노하우를 믿어야 되나, 농촌진흥청의 기술력을 믿어야 하나?'

포도농사를 짓는 과수농들이 영천에 가면 하는 고민이다. 포도수확기인 여름철 비와 조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설치하는 '포도비가림' 시설을 타 지역과 달리 영천 일부 농가에선 겨울철에도 그대로 설치해 두고 있기 때문.

일반적으로 포도비가림 시설은 여름철 강우에 의한 열과와 병해발생을 최소화 할 수 있어 최근 우리나라 포도재배농들이 선호하고 있는 방법이다.

수확 후에는 탄소동화작용을 통한 영양분 축적을 위해 비가림 시설을 걷고 남은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지금까지 관례였다.

비가림 시설을 그대로 두면 햇빛의 투과율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농촌진흥청은 겨울철에 비가림시설을 걷도록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영천의 일부 농가는 지난해부터 겨울이 돼도 비가림 시설을 그대로 두고 있다. 이들은 비가림시설을 그대로 두었을 때 겨울철 동해와 초봄 서리 피해를 훨씬 덜 입는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았기 때문.

특히 추위에 약한 품종은 영하 15도 이하의 경우 100% 냉해를 입고 그 이상의 온도에서도 영양상태 등에 따라 동해를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영천 화남면 사천리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이성대(56) 씨는 "지난 봄 서리로 인해 경산과 일부지역에서 냉해 피해를 입어도 영천은 비닐을 덮어씌운 채 겨울을 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도비가림 시설을 그대로 두면서 영농비용도 현저히 줄었다.

600평당 30만 원대의 비닐 값을 줄이게 됐으며, 폐비닐 량이 줄면서 환경오염도 덩달아 줄어드는 효과도 거뒀다.

그러나 농촌진흥청은 "식물이 제때 탄수동화작용 등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면 차기년도의 과실이 부실해 질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어 비가림 시설 제거를 두고 경험이 맞을 지, 기술이 맞을 지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