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의 스타토크] 개그맨 오지헌

입력 2007-01-18 16:48:02

"안녕~. 나안 '민'이라고 해. 얘들아~. 너안에 내가있다. 나한테는 세 가지 매력이 있는데 너희한테만 가르쳐 줄게. 하나는 잇몸, 두 번째는 눈, 세 번째는 얼굴이야. 하하하!"

개그콘서트 패션 7080 코너에서 절묘한 의상을 입고 나와 관객을 포복절도 하게 만드는 개그맨 오지헌의 유행어들이다. 그의 유행어엔 가공되지 않는 자학적 진실성을 담고 있다.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 친근한 개그를 선보이는 오지헌. 개그콘서트 녹화장에서 만난 그는, 예쁜 털모자를 푸욱 눌러쓰고 몸에는 헐렁한 바바리코트를 걸친 모습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슈퍼맨' 복장이다. 또 한번 웃음이 터졌다. 녹화순서가 한참 남았는데도 여전히 복장을 갖추고 대기실에서 한창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오지헌의 '빨간내복 거리퍼포먼스'는 사실인가 물었더니 "합성이 아닌 사실 그대로"라고 말한다.

"내가 즐겁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절 보고 웃는 그날까지 더 가까이 찾아가서 즐겁고 편안한 웃음을 주고 싶어요. 그래서 오늘도 거리로 나갑니다." 이게 오지헌식 개그다.

그는 만화적인 상상력을 평소 즐긴다고 했다. 반대로 생각해보기. 예를 들어서 못생긴 사람이 잘 난척하면 어떨까, 내 단점을 장점으로 얘기하면 어떤 반응들이 나올까 등을 끊임없이 생각해 본단다. 그래서 나온 것이 빨간 내복이다. 이것을 입고 거리로 나가면 시민들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단다.

그의 거리 개그 철학에는 신념이 있다.

"한번은 빨간 내복을 입고 결혼식장에 무작정 찾아갔는데 베트남 아가씨하고 결혼하는 날이 였어요. 분위기가 좀 우울해 보였거든요. 근데 저희들을 보더니 깜짝 놀라는 거예요. 다행히 즐겁고 웃음이 있는 결혼식이 되었어요. 내복차림으로 식사도 같이 했는데 나중에는 다들 좋아 하시는 거 있죠. 절 보면서 웃는게 아니라 늘 웃음을 같이하는 삶, 카~ 그게 중요하잖아요."

오지헌이 개그맨이 된 것은 2003년 4월에 KBS 공채개그맨 18기로 데뷔하면서 부터다. "군대에서 재대할 무렵 이였는데 막연히 개그를 하고 싶은 거예요. 특별하게 연습한 것은 없었지만 시험장에서 옥동자 정종철 형 흉내를 냈습니다. 너무 똑같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좋았고, 운 좋게 개그맨이 된 겁니다."

하지만 못생긴 옥동자 흉내로 데뷔하고, 그런 자신의 얼굴을 '무기'로 포복절도 하게 만드는 오지헌이 갑자기 정색을 하고 말했다.

"이제부터는 이미지를 확 바꿀까 합니다. 사실 저 어려서는 잘생겼거든요. 난~, 잘생긴 민이라고해. 내안에 네가 있다." 정말 웃겼다. 그의 이미지 때문인지 말을 듣자마자 폭소가 터져나왔다. 그러다가 자세히 보니 정말 잘생긴 것도 같다. "사진을 보시면 입증됩니다. 잘생긴 오지헌으로의 변신, 이제부터는 제 개그버전도 미남개그로 바뀝니다. 잘생겼으니까."

그는 스스로가 즐거운 마음으로 웃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을때 남들을 웃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개그프로는 경제가 어려울 때 더 많이들 보시는 것 같아요. 힘들고 답답하니까 웃고 싶으신거죠. 어려울수록 돈이 중요 한게 아니라 '희망'이 있어야 하잖아요. 작은 돈을 벌 지언정, 즐겁게 살아야죠. 그래서 절 보고 웃으시고 기운도 더 내시고 웃고 사시라고 오늘도 빨간 내복 입고 거리에 나가는 겁니다. 즐거움 마음으로요. 우하하하, 힘내세요!"

즐거움을 먼저 담고 개그를 하는 오지헌, 그를 만나면 그래서 더 즐겁고, 유쾌하고,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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