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문열에 따르면 처형하는 인간, 호모 엑세쿠탄스는 인간이 가진 또 하나의 속성이다. 신들은 고통과 번민의 땅에 태어나고, 그런 점에서 이 땅은 신들이 태어나기 좋은 곳이다. 또한 그 신들을 처형하기 위해 호모 엑세쿠탄스들이 집중적으로 파견돼야 할 곳이며, 처형의 에너지가 가장 격렬하게 작동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문열이 십여 년의 준비 끝에 내놓은 신작 '호모 엑세쿠탄스'는 해방과 구원, 그리고 당대의 문제에 대한 성찰이요, 창조 혹은 복원으로 새롭게 열릴 우리 시대에 대한 묵시록이다. 죽고 죽이는 처절한 투쟁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현실이 정치하게 어우러지며, 해방과 구원의 문제를 밀도 있게 성찰하고 있다.
이 작품은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문열의 전작 '사람의 아들'의 속편 격으로 인간 존재의 근원과 초월, 해방, 구원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어가며 당대 한국 사회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인간은 언제부터인가 초월적인 존재들을 처형해 왔다. 용과 마녀, 악마 등 악신(惡神) 퇴치의 신화, 다른 한편으로는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거룩한 신성(神性)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온 존재들―오르마즈드(아후라마즈다)의 예언자로 만족했던 조로아스터로부터 아프리카 오지 원주민의 목각으로 남은 이름 모를 부족신(部族神)까지 아우른다."고 밝히고 이는 수난과 박해의 역사가 그것을 방증한다고 말한다.
작가에 따르면 인류 역사에서 그런 역할을 해 온 인간들이 바로 '호모 엑세쿠탄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신성민도 그런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른바 386세대로 대학 시절 운동권이었던 그는 서울의 한 증권회사 과장이다. 2003년 대통령 선거 바로 전, 동료들과 찾았던 어느 나이트클럽에서 그는 막달라 마리아의 현신이라 볼 수 있는 '마리'라는 여성을 만나고 이후 이상한 일들을 겪는다.
예수 그리스도로 상징되는 보일러공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 그리고 보일러공을 죽이고 세상의 변혁을 주도하려는 정체 모를 시민단체 '새여모'의 무리들이 그의 주변에 출몰하며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을 시작하는 것. 이들이 이렇게 '호모 엑세쿠탄스'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가운데 주인공은 유대 전쟁사를 또 하나의 텍스트로 끌어온다. 로마의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군사적 메시아를 꿈꿨으나 결국 동족간의 학살로 끝나는 유대 전쟁사를 끌어온 작가의 비유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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