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정치적 혁명과 격동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남은 한 남자의 개인력을 통해 집단이 가한 폭력으로 희생된 개인의 운명을 이야기한다.
20대 대학생 오현우(지진희 분)는 군부독재에 항거했다는 이유로 무기형을 받는다. 창조와 성취에 매진해야 할 나이에, 사회에서 누리던 정서생활의 기회가 갑자기 단절된 오현우는 심리적인 불균형과 부적응을 겪는다. 사회학자 쿨리는 자신을 파악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주위 사람들이고, 인간의 본성은 집단속에서 발현되고 타인과의 교류 없이는 개성을 지닐 수 없고 고립이 장기화되면 개성도 마모된다고 지적한 것처럼, 오현우는 17년간이나 마모되어갔다.
사람은 무리 속에 있을 때는 혼자 있을 때와는 다른 심리상태를 보인다. 이런 집단 속의 개인심리를 연구하는 분야를 사회심리학이라고 한다. 오현우가 동료들의 체포 소식을 듣고 자수를 한 점이나, 17년 만에 사회로 돌아와 "그때는 나만 행복하면 나쁜 사람이 되는 시기였지."라는 고백으로 미루어 독재타도에 참여한 다수의 학생들에게도 집단사고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주위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 자발적으로 따라하는 행위인 동조현상은 집단 내에서 흔히 보이는 현상으로, 정보나 내규적 압력에 좌우된다. 동조의 압력 때문에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결정을 내리는 현상인 집단사고는 응집력이 강한 집단에서 지도자가 대안을 검토하는 절차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많이 나타난다. 5·18 시위대에 대한 무력진압을 결정한 군부의 의사결정과정에도 집단사고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박정만 시인은 "너희들의 세월은 참 화려했어. 참한 꽃 난초처럼 징그럽게 얼크러지고, 피어린 꽃도 두어 송이 피고, 잇자국도 남지 않은 후식 무화과, 떠들어도 소용없는 너희들의 세월"이라며, 오현우의 '저 쓰라린 세월'을 노래하는 듯하다.
17년 만에 사회적 백치가 되어 돌아온 오현우에게 인격적인 대우를 해준 것은 신념도 동료도 아니었다. 한윤희(염정아)와 사랑의 결실만이 그의 상처를 진심으로 감싸주었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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