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에서 LA갤럭시로 이적한다는 데이비드 베컴의 결정에 영국인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이적설이 나돌기 시작하면서 몇몇 언론은 그가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던 프리미어 리그로 돌아올 거라 점쳤고, 영국인들은 곧 베컴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리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활동하는 스페인보다도 더 먼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베컴에 대한 영국인의 애정은 각별하다. 그가 현대 잉글랜드 축구 문화를 대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외모가 멋진 선수가 많고, 플레이가 멋진 선수는 더 많은 오늘날의 프리미어 리그를 즐기면서도 영국인들은 여전히 자국 리그를 떠난 지 3년이나 된 베컴을 애지중지한다. 그가 영국에서도 보기 드문 '브리티시-브리티시'이기 때문이다.
'브리티시-브리티시'라는 말은 순수 혈통의 영국인을 뜻했으나 그런 사람은 워낙 찾기 어려워서인지 요즘에는 부모 모두 영국인인 경우까지 확장해서 쓴다. 오늘날의 영국, 특히 런던은 뉴욕만큼이나 다양한 민족이 모여 있다. '100% 영국인'이라는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영국 전체 인구의 10% 내외만이 순수 혈통의 영국인이다. 겉으로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자랑거리로 내세워도 같은 민족을 우대하는 고정관념은 한국과 다르지 않은 곳이 영국이다. 축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구단에서 락커를 배정할 때 영국을 시작으로 국적별로 배치하는 전통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옥스포드셔 지방에서 유래한 영국 전통 성(姓) '베컴(Beckham)'을 쓰고, 양 부모 모두 영국인으로 런던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베컴. 백인에 금발의 이상적인 브리티시 외모 조건까지 갖추었으니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기에 손색이 없다. 게다가 영국의 자존심 프리미어 리그를 세계에 알리는 데 일등 공신을 한 인물도 베컴이니 그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을 수밖에…….
실제로 유럽 외 지역에서는 베컴을 통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알고, 맨유를 통해 프리미어 리그를 알게 된 인구가 프리미어 리그를 먼저 안 인구보다 많을 것이다. 1985년 리버풀에서 벌어진 훌리건 난동사건으로 클럽 대항전 출전 자격을 5년간 박탈당한 영국은 90년대 초반 프리미어리그 출범을 기점으로 부활한다. 아시아 지역과의 시차에 맞춰 조정된 경기 시간은 동양인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이끌었고, 베컴을 따라 움직이던 눈은 프리미어 리그에 고정됐다. '뻥 축구'로 불리며 조롱의 대상이었던 장거리 패스와 슈팅도 베컴의 정확성과 우아함이 더해지면서 '선진예술축구'로 승화됐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팬을 거느린 구단은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이탈리아의 유벤투스로 알려져 있으며 상대적으로 맨유는 비 유럽권 팬이 많고, 유벤투스는 유럽 팬이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럽에서는 세리에A가 인기있는 반면, 프리미어 리그는 그 외 지역에서 더 유명한데 그 이유는 맨유의 전성기를 화려하게 이끌었던 베컴에게서 찾을 수 있다.
박근영(축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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