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국립박물관 겨울방학 기행

입력 2007-01-17 07:39:11

"박물관은 살아있다."

겨울방학에는 박물관이 제격이다. 박물관에 가면 살아있는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수학여행 시절 '수박 겉핥기식'으로 둘러본 박물관, 이번 겨울방학에는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을 제대로 둘러보는 것이 어떨까.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 천년역사의 축소판이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유물 15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 중 3천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에 간다면 문화재와 유물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 아이들과 함께 유물들의 쓰임새와 모양새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상상력을 발휘해 보면 역사공부가 저절로 된다.

국립경주박물관에 들어서면 성덕대왕 신종의 은은한 종소리가 관람객을 반겨준다. 성덕대왕 신종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고고관=경주와 주변지역에서 수집한 선사시대부터 원삼국시대까지의 유물을 전시한 선사·원삼국실, 돌무지덧널무덤·돌방무덤·화장무덤·돌무덤 등의 신라고분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해 놓은 신라실Ⅰ·Ⅱ 등 4개의 전시실이 있다.

이 곳에서는 최근 TV에 방영됐던 1천 500년 된 계란이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또 청동자루솥은 조상들의 우수성을 쉽게 알 수 있는 유물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열전도율이 떨어지도록 세심한 설계를 한 데다 용 세마리가 꽃잎을 물고 있는 아름다운 모양은 탄성을 자아낸다.

세계에서 출토된 금관 10개 가운데 6개가 신라에서 출토됐다고 한다. 천마총 금관은 화려하고 아름답다. 금관은 나무와 닮았다. 나뭇가지가 있는 데다 '달개'는 나뭇잎, '곡옥'은 열매와 비슷하다.

함께 전시되고 있는 일본열도계토기와 돌팔찌 등 일본의 유물과 비교해보면 옛 선조들의 뛰어난 기술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미술관=1층 역사자료실과 조각실, 2층 금속공예실과 황룡사실로 꾸며진 미술관은 주로 금석문, 비문, 돌조각, 돌부처상 등이 전시돼 있다.

돌에 새긴 팔부신중은 불법을 수호하는 8신장으로 신라가 불교국가임을 알려준다. 신라왕경복원모형은 융성했던 서라벌의 면모를 보여주고 박물관을 짓다가 발견된 신라의 도로 일부가 마차바퀴 그대로 복원돼 있다.

6면체의 검은 화강암에 새겨진 이차돈 순교비도 인상적이다. 돋을새김 된 순교장면과 "목을 베자 머리는 경주 소금강산에 떨어지고 목에서 흰 피가 수십장을 솟았다."는 글이 음각돼 있다. 가장 안쪽 금동약사불입상은 통일신라 3대금동불상 가운데 하나로 양손이 유실된 채 전시실을 지키고 있다.

2층에는 사리장엄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감은사 서탑에서 발견된 외함과 내함은 장엄한 부처세계를 묘사한 정교한 세공미가 눈길을 끈다.

▶안압지관=안압지관은 문무왕 14년 삼국통일을 기념하기 위해 궁궐 안에 조성했던 연못인 안압지에서 출토된 3만여 점의 유물 가운데 당시 귀족들의 일상생활용품과 건축문화를 대표하는 기와, 호국불교의 상징인 불교조각품, 목간, 토기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이 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유물은 세 쪽의 나무를 통째로 파내고 조립한 목선으로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배다.

당시 안압지를 중심으로 화려했던 궁궐의 자태를 보여주는 유물로는 궁궐 용마루 양끝을 장식했던 어린이 키 크기의 치미와 귀면와, 암키와, 수키와 등이다. 특히 이 곳 유물들은 신라 왕실에서 직접 사용했던 실생활용품이기 때문에 당시 신라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금동아미타삼존판불의 화려한 비천문양은 눈이 부실 정도이며, 각종 금속제 장식품과 곱돌을 이용한 대접과 향로뚜껑 등은 왕족과 귀족들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옥외전시장=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과 고선사터 삼층석탑(국보 제38호)을 비롯해 경주 일대의 옛 절터와 궁궐터에서 옮겨온 석탑, 석불, 석등, 석조 등 다양한 석조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는 길

경주시외버스 고속버스터미널 또는 경주역에서 11·600·603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국립경주박물관의 관람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토·공휴일 오전 9시~오후 7시이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054)740-7518, 7538.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