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할리우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가 화제다. 1990년대 말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反(반)정부 의용군들이 다이아몬드 광산을 점령한 뒤 그 원석을 판 돈으로 무기를 구입, 수천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거나 불구자로 만든 內戰(내전)의 참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 영화에 대한 뜨거운 논란은 다름 아닌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벌어진 처참한 살육과 인권유린 문제 때문이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다이아몬드에 얽힌 피비린내 나는 역사에 새삼 놀라고 있다.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다이아몬드 장신구가 어쩌면 아프리카 살육의 자금원인 '피의 다이아몬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꺼림칙한 기분이 들기 십상이다.
○…당장 국제앰네스티 등 세계적 인권단체들은 "전쟁과 인권 침해를 일으키는 이른바 '분쟁 다이아몬드'를 사지 말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국제 다이아몬드 카르텔인 '드 비어스'는 막대한 자금을 동원, '영화는 허구'라고 선전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다이아몬드 원석과 화학적 성분이 똑같은 '실험실 다이아몬드'가 생산, 판매되면서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 경우 캐럿당 6천800~9천100 달러가량이나, 실험실 다이아몬드는 0.5캐럿이 900~2천250달러 정도에 그친다.
○…그러자 이번엔 천연 다이아몬드 업계와 실험실 다이아몬드 업계 간에 한 판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 업계 측은 실험실 다이아몬드를 '인조 다이아몬드'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실험실 다이아몬드 업계 측은 "천연석과 화학 성분이 똑같으니 '양식 다이아몬드'로 불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월스트리트 저널은 13일자 신문에서 "화학 성분이 상이한 '큐빅'과 달리 실험실 다이아몬드는 인조가 아닌 진짜 다이아몬드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한 실험실 다이아몬드에 대한 등급 심사를 거부했던 미국 보석감정협회도 최근 심사를 시작, 전반적인 분위기는 실험실 다이아몬드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세계 진주 시장의 95%를 차지한 양식 眞珠(진주)처럼 실험실 다이아몬드가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을 장악할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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