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유종하 2011 세계육상대회 유치위원장

입력 2007-01-15 10:04:52

"제 증조부가 신천 틀었듯 3월 27일 '사고' 칩니다"

유종하(71) 2011 대구 세계 육상선수권대회 유치위원회 위원장. 유 위원장은 2005년 6월 위원장을 맡은 이래 지금까지 20여 개국의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집행이사들을 방문해 '대구'를 알렸다. 거리로 따지면 지구를 3바퀴 이상 다닌 것.

세계 육상선수권대회가 국내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하계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행사로 유럽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은 정부와 재계가 총력을 기울여 일본과의 공동 개최에 가까스로 성공했던 점을 상기하면, 세계 육상선수권대회를 정부차원이 아니 일개(?)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유치에 성공한다면 이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유치운동의 선봉에 서 있는 유 위원장을 최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서울시티타워의 유치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유 위원장은 쟈크 로게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위원장이 지난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 참석차 대구에 와 했던 말을 먼저 소개했다.

로게 위원장은"대구시민들의 열성에 크게 감명 받았다. 대구가 세계 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면 매우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하면 도와 주겠다."는 말을 당시 조해녕 대구시장에게 3차례나 건넸다는 것.

그러면서 유 위원장은"대구시민들의 열성과 열의는 전 세계가 인정했다. 대구가 개최지로 결정될 수 있도록 좀 더 힘을 모으고 관심을 기울여 달라."며 지역민들의 동참을 거듭 부탁했다.

-대구 유치 가능성은

▶IAAF 사무국은 2011년 대회와 2013년 대회를 비유럽 국가와 유럽국가에 배분할 의향이 있다. 대구(대한민국)와 브리즈번(호주), 모스크바(러시아), 스페인(바로셀로나) 4개 도시가 공식 유치 신청서를 냈으며 2011년 대회는 대구와 브리즈번이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치위는 대구와 브리즈번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한 결과. 대구의 유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구가 브리즈번에 비해 유치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대구는 IAAF 개최지 선정의 3대 핵심 기준인 TV 방영권, 관중 확보, 마케팅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브리즈번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호주는 주변 국가가 별로 없는 데 비해 한국은 주변의 육상 강국인 중국, 일본 등이 인구가 방대하고 큰 경제력을 가져 IAAF가 중요시하는 육상의 저변 확대와 상업적인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브리즈번은 1980년대 건설된 경기장 시설이 대구의 경기장보다 낙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관광도시로 국제적인 인지도가 대구보다 높다. 또 육상의 경기력이나 육상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측면에서 대구보다 우위에 있다.

-집행이사들의 대구에 대한 지지는 어느 정도인가.

▶대구를 방문한 집행이사들은 전체 28명 가운데 7명이다. 호주를 방문한 집행이사는 몇 명인지 파악이 안 됐다. 대구와 브리즈번을 방문하지 않은 집행이사들이 더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대다수의 집행이사들은 3월 27일 개최지 결정 투표에 앞서 진행되는 프레젠테이션에서 결심을 할 것 같다. 현재로선 표계산이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초청·방문 등을 통해 유치 활동을 전개한 결과, 과반수에 이르는 집행이사들로부터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프레젠테이션 준비는 어떻게 돼 가나

▶IAAF에서 요구하는 주제들에 대한 답변이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정부 지원, 대구유치위원회 구성, 육상문화, 대회개최 기간의 관중 확보 방안, 대회재정, 경기장 시설, 총회시설, 숙박시설, 수송, 안전, 의료·약물, 마케팅 분야 등 각 분야별 준비 상황 등을 발표하게 될 것이다.

-다음 달 22~25일의 IAAF 실사단 방문에 대한 준비는

▶범국가적인 유치 의지를 확인시키기 위해 국회·정부·체육계 인사들과의 면담을 추진 중이다. 또 경기장 시설, 선수촌 건립, 교통, 관광자원 등 대구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육상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유치 열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 등을 설명할 것이다.

게다가 실사 기간 중 육상과 관련해 걷기대회, 음악회, 국토종단 이어달리기 등의 이벤트를 마련하고 60만 명 이상이 참가한 유치기원 서명서도 전달할 계획이다.

-후원사 선정이 개최지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후원사가 개최지 결정에 중요한 요인(factor)이다. 삼성 측에 후원해 주길 부탁했다.

삼성이 아직 답변은 하지 않았지만 대한육상경기연맹을 삼성 측이 맡고 있기 때문에 계속 부탁할 것이다. 또 IAAF의 마케팅 파트너인 일본 덴츠사도 삼성이 파트너로 협력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대구가 준비하는 인센티브는 어떤 것이 있나.

▶선수들과 세계육상 관계자들을 위한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준비 중이다. 자세한 것은 3월 27일 케냐 몸바사에서 최종 프레젠테이션 할 때 발표할 예정이다. 그때까지는 극비 사항이다.

-국회의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유치 특별위원회에 대한 기대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기 때문에 입법권과 예산권을 가진 중앙정부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국회도 중앙정부에 포함된다. 또 실질적인 지원 뿐만 아니라 상징성도 크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육상특위 첫 회의에서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이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만 지원한다는 오해가 있었다면 적극적으로 (오해를) 풀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후원사 문제에서도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기대효과에 대해 한 마디 해 달라.

▶연구소나 조사기관 등에서 계산한 데이터로 볼 때 3천억 원 정도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3천 명 가량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대구의 브랜드 네임을 알리는 효과가 상당히 크다. 9일 간 전 세계 65억 명에게 대구를 알리게 될 것이다. 대구시민들도 국제적인 시각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국가적으로는 육상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육상의 수준뿐만 아니라 국가 체육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동계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비교해 달라.

▶동계올림픽은 규모가 적고 생활체육 측면에서도 육상보다 영향력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보다 동계올림픽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민 계몽과 성숙도를 높이는 데도 육상선수권대회가 동계올림픽보다 우위에 있다.

-대구시민들에게 부탁할 점은.

▶주경기장인 월드컵경기장의 수용인원이 6만 6천 명에 이른다. 9일 동안 대구시민들이 경기장 좌석을 모두 채울 수 있는지가 실사단이 가장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는.

▶스포츠도 외교의 한 장르다. 내 입장을 상대방에게 설득하는 것은 정치나 스포츠나 똑같다. 증조부가 조선 고종시절인 1904년 대구군수로 재직하면서 대구 중앙으로 흐르던 신천 물줄기를 외곽으로 돌려 홍수 피해를 크게 줄였다. 어렸을 때부터 증조부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자랐다. 나도 대구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 유종하 세계육상대회유치위원회 위원장 약력

▷1957년 행정(외교)고시 제 10회 합격, 외무부 입부 ▷76~79년 법무관, 주 미국 대사관 참사관, 미주국장 ▷80~82년 주 영국 공사 ▷82~85년 주 수단 대사 ▷85~87년 외무부 경제차관보 ▷87~90년 주 EC대사 겸 주 벨기에 대사 ▷90~92년 외무부 차관 ▷92~94년 주 UN대사 ▷94~96년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 ▷96~98년 외무부장관 ▷98년~현재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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