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5일장 명물이었죠

입력 2007-01-13 09:15:26

제가 사는 청도 이서는 5일장이 섭니다. 3일과 8일 이렇게 열립니다. 오늘은 무척 날이 차가웠습니다. 소한이 지난 직후라 그런지 코끝을 스쳐 가는 바람이 매섭기만 합니다.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붕어빵과 오뎅을 팔러 나오신 한 할머니가 계십니다. 전 붕어빵은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추운 겨울, 따뜻한 국물이 제격인 오뎅은 좋아합니다. 이런 날이면 어느새 제 발걸음은 거기에 가있습니다. 식당처럼 차림표가 붙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포장마차처럼 앉을 자리가 마땅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넉넉한 인심으로 주변에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오뎅 국물을 처음 먹었을 때의 따뜻함과 붕어빵 속 단팥의 달콤함이 비록 나은 자리에서 먹더라도 그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2월 말이면 전 객지로 떠납니다. 고향 장날에만 맛볼 수 있던 붕어빵과 오뎅이 가끔은 생각날 겁니다. 오늘 따라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그 할머니가 오래도록 건강하셔서, 몇 년이 지난 겨울날, 또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선경(경북 청도군 이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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