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개헌 위해 탈당 검토"…향후 행보는?

입력 2007-01-12 11:00:24

지난 9일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한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의 기자회견에서 할 말을 다했다.

노 대통령은 개헌제안은 절대 정략이 아니고 ▷차기 정부에서 개헌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감안할때 사리에 맞지 않으며 ▷한나라당이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비민주적이라고 했다. 개헌을 위해서는 임기 단축은 하지 않되 야당이 전제 조건으로 걸면 열린우리당 탈당을 검토할 수 있다는 카드도 던졌다.

◆탈당 검토

노 대통령은 임기 단축이나 조기 하야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 "임기 단축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임기 단축을 얘기하면 한나라당이 개헌에 찬성하려다가도 반대할 것이란 이유를 달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간 후보 조정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임기단축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개헌안 부결을 불신임으로 볼수 있지 않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노 대통령은 "개헌안에 제 신임을 걸었을 때 불신임인데, 여기에 신임을 걸지 않는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탈당은 검토하겠다는 쪽이었다. 물론 야당이 개헌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해온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한나라당 등 야당이 개헌을 전제로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을 요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나라당에서는 노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는 것이 대선 정국에서 유리하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는 마당이다.

◆한나라당은 민주주의 억압당

노 대통령은 청와대 오찬 회동을 거부한 야4당, 특히 한나라당을 맹공했다. "공당이 취할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토론 거부 결의안을 내고 함구령까지 내려 버리는 것은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여당 지도부와 가진 오찬에서도 "독재시절의 발상으로 여론의 지지가 높으니까 마치 받은 밥상으로 생각하고 혹시 밥상에 김샐까 몸조심하는 오만한 자세"라며 "대통령이 우스우니까 이제 초청 같은데 응할 필요도 없다는 오만 아닌가?"라고 거침없이 비판했다.

◆개헌 반대 명분없다

노 대통령은 국민 여론이 결국 개헌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 눈치다. "우리 지금 잘 가고 있는데 골치 아픈 주제들이 이것 저것 나와서 혹시 무슨 사고날라, 이런 수준이기 때문에 이것은 대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개헌을 반대하는 정치 세력이 명분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한 언급에서 강한 자신감이 읽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이 개헌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70% 안팎의 국민들이 '다음 정권에서 개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설득하면 바뀔 것이라고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개헌발의 명분쌓기 계속

노 대통령의 국민 여론잡기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달 말 특별연설과 연두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어 국민을 직접 설득할 기회가 공식적으로 2차례 남아 있다. 국무회의나 각종 행사에서 개헌에 관해 언급할 기회도 많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일단 할 말을 속시원히 한 상태이기 때문에 당분간 침묵하며 여론의 동향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마침 13일~15일까지 필리핀 세부에서 열리는 '아세안+3'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귀국 후 노 대통령의 개헌 행보가 빨라질 것이 분명하다. 개헌 발의를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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