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의 최남단을 도는 1018번 지방도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해안 드라이브코스다. 여차 몽돌해수욕장에서 홍포 무지개마을로 이어지는 4㎞를 지나다보면 대.소매물도와 어유도, 대소병대도 등 올망졸망한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마냥 차를 타고 내달릴 수는 없다. 이 구간 중 2.6㎞ 가량은 비포장 흙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제도는 이 구간을 굳이 포장하려 들지 않는다. 3년 전 들은 거제시 관광진흥과장의 말이 신선했다. "이 구간은 일부러 포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는 것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좋은 방안 아닙니까."
경북에도 이런 구간이 있다. 하회마을 입구에서 병산서원까지는 3㎞ 남짓. 승용차와 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흙길이다. 물론 안동시에서도 포장계획은 세워두지 않고 있다. 대신 하회마을 입구 주차장에서 서원까지는 셔틀버스가 다니도록 했다.
두 사례에서 보듯 겉꾸밈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짧고 간결한 문장 속에 삶의 섭리를 담아낸 게 고대 중국의 '청언(淸言)'이다. 이 청언을 모은 '유몽속영'에 이런 말이 있다. "분을 발라 화장을 하지만 추함이 더할 뿐이고 수놓은 비단도 속됨을 보탠다. 금구슬도 사나움을 더할 뿐이다(脂粉長醜, 錦繡長俗, 金珠長悍)."
꽃향기는 그냥 둬도 향기로운데 왜 향까지 피워 수선을 떠느냐는 말이다. "꽃향기는 좋은 향보다 더 낫다. 단향(檀香)을 굳이 피우지 않아도 된다(花氣當香 檀片可以不?)."-소창자기(小窓自紀).
새해벽두인 1일 아침,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포항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서 2007년이 '경북 방문의 해' 임을 선포했다. "경북으로 오이소."라는 캐치프레이즈까지 내걸었다.
경북을 홍보하기 위한 테마관광상품시범관광단 운영, 23개 시군별 지역의 날 지정, 매월 넷째주 농촌체험관광 실시 등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특히 올해 경북도내에선 시군자체 축제를 포함해 60여개의 축제가 벌어진다니 기대해볼 만도 하겠다.
하지만 애써 돈들여 너무 개발하지나 않을까 흰소리를 해본다. 공연히 꽃 아래에서 향을 피울까 싶어서다. 그보다는 경상북도를 대내외에 알리되 세련된 마케팅 기술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이기도 하다. '관광경북'을 너무 앞세운 나머지 '비포장 흙길'까지 포장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라서다. 감출수록 더 빛나는, 드러나는 그런 경북의 아름다움을 홍보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흰소리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경북방문의 해'는 "축구에서 배워보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어거지가 아니다. 사실 관광은 축구와 엇비슷하다. 바탕엔 재미있어야 한다는 점이 공통으로 깔려있다.
올 시즌 새 사령탑으로 나선 대구FC의 변병주 감독의 취임 일성은 '재미'였다. 그는 "팬들이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빠른 축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미 축구는 '재미'라는 상품성에 눈을 돌렸다. '경북방문의 해'가 축구에서 배워야 할 점이다.
그렇다면 관광은 어떻게 재미를 찾아야할까. 먼저 관(官) 주도에서 민(民) 주도로 옮겨가야 재미있다. 주민들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관광의 축이 시각에서 촉각으로, 시설이나 경관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도 유의해야 할 점이다. 축구에서 한 경기를 이긴다고 시즌 우승을 하는 게 아니듯 '경북방문의 해'도 2007년 한해만 정성을 쏟는다고 경북 관광산업이 달라지지는 않을 터다. 그래선 올 한 해만 경북 방문의 해가 되기 십상이다.
2008년이 '광주전남 방문의 해'로 선정된 것도 생각해 볼 대목이다. 광주와 전남은 지역 방문의 해 사업을 공동으로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1년간 관광안내 책자와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공동 제작하고 외래관광객 유치 특별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왔다. 양 시도가 '윈-윈'하는 방법을 찾았던 것이다.
관광(觀光)은 빛(光)을 보는(觀) 것이라 했다. 2007년, '경북방문의 해'를 맞은 경북은 과연 어떤 '빛'을 보여 줄 것인가. 어떤 '재미'를 줄 것인가. 어떻게 '윈-윈'할 것인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 볼 일이다.
박운석 스포츠생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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