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갤러리신라 이광호 대표

입력 2007-01-12 07:59:12

'아트사모펀드' 지역 첫 참여

이광호(52) 갤러리신라 대표는 요즘처럼 즐거운 시간이 없다. 갤러리신라는 지난 해 11월 열린 쾰른아트페어에 지방 화랑으로서는 유일하게 2년 연속 참가해 많은 관심을 이끌어 냈다. 올해는 지난 연말 본격적으로 운용을 개시한 'STAR 아트사모펀드'(펀드)로 든든한 자금을 확보해 화랑 운영의 운신의 폭이 여느 때보다 넓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지역 미술계에도 지각변동이 있을 겁니다." 그는 이렇게 호언장담한다. 지난 해 상반기 설립된 주식회사 한국미술투자 회원으로, 펀드 운용 시점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펀드의 투자규모는 무려 100억 원에 이른다. 서울의 박영덕화랑 등 3개 화랑과 부산의 조현화랑 등이 금융권과 함께 공동투자 형태를 취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갤러리신라가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현재 한국 미술시장은 거래 규모가 자체가 폭증해 개별 화랑이 투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전체 자금 가운데 50억 원은 투자 회원사 공동기획에 투자됩니다. 그러면 대규모 전시 유치도 가능해집니다."

이 대표의 말대로라면 지역에서도 블록버스터급 전시회 유치가 가능해진다. 샤갈, 바스키아, 르네 마그리트 등 대규모 전시가 잇따르고 있는 서울에 비해 큰 전시회가 뜸했던 지역의 미술 애호가들에겐 참 반가운 소식이 다. "스타 작가를 발굴하는 좋은 기회도 될 것"이라고 한다. 나머지 50억 원은 개별 화랑이 자체적으로 운용한다.

표화랑이 증권사와 75억 원 규모로 '서울명품아트사모1호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등 한국 미술시장에 불고 있는 대형투자 흐름에 갤러리신라도 올라탄 형국이다. 평소에도 우리나라의 왜곡된 미술시장에 대한 비판을 감추지 않았던 이 대표. 화랑이 제대로 기능을 해야 한다고 믿는 그로서는 이번 펀드 참가가 그 동안의 활동에 날개를 단 것이나 다름없다.

"외국 아트페어에 적극 참여하면서 작가 발굴에 힘쓰겠습니다." 검증된 대가의 작품은 물론 재능있고 유망한 젊은 작가를 적극 발굴해 지원해왔던 그는 22일부터 서울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도 '새로운 스타 작가(New Star Artist)'전이 포함돼 있다고 소개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태의연한 방식은 버려야 합니다." 전시나 아트페어 참여 등 화랑 운영에 있어서 주먹구구식으로 해서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현 미술계의 상황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야 미술 애호가는 좋은 작품을 더 많이 감상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곧 미술시장 저변 확대로 이어지며, 지역 미술시장의 숨통을 터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미술시장 활성화 시대를 맞아 작가들이 주문할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 대표는 무엇보다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화랑과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 한 해 이 대표는 20억 원의 여유자금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사모펀드인만큼 수익(연 15% 이상)을 무시할 수 없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고, 화랑은 좋은 작가 전시회로 승부를 겨루고, 컬렉터는 뛰어난 소장품을 자랑할 수 있는 '제자리 찾기'야 말로 제대로 된 미술시장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서로 칭찬할 것은 칭찬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역 미술계가 진정한 부흥을 맞기 위해 갖춰야 할 미덕으로 이 대표가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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