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영국에 와서 프랑스, 일본인 대학생과 함께 기자인 영국인 주인 아저씨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한 집에 살았다. 두,세 시간 걸리는 저녁 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가운데 '축구'를 주제로 하는 경우엔 논쟁이 쉽게 끝나지 않는다.
축구 이야기는 영국과 프랑스, 한국과 일본 중 어느 축구가 더 우수한가로 시작된다. 유럽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평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만 따져 쉽게 끝낸다. 문제는 영국과 프랑스.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 수준이 프랑스의 르 샹피오나 리그에 비해 높게 평가되는 것은 아시아에서도 상식이다. 필자와 일본인 친구가 영국인 아저씨와 함께 영국 축구가 낫다는 편에 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영국이라면 무조건 지기 싫어하는 프랑스인의 성격상 이를 순순히 인정하지 않는다.
A매치보다는 각국의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컵, 챔피언스 리그 같은 클럽 대항전이 활발한 유럽에서 국가 단위로 객관적 성적을 내기란 쉽지 않다는 점을 프랑스인 대학생은 교묘히 이용하려 든다. '프랑스는 지단과 같이 훌륭한 선수를 많이 배출하지만 자국 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드물기 때문에 평가받지 못하는 것 뿐이다. 1998년 월드컵 우승만 봐도 알 수 있다. 영국은 리그만 화려할 뿐 실속이 없다.' 는 등 온갖 이유를 다 갖다 붙인다. 사실 FIFA 랭킹까지 들먹이면 영국 축구가 더 낫다고 무조건 말하기도 어려워진다.
영국인 아저씨는 이야기를 다시 리그 중심으로 옮겨 반격을 시도한다. 뻔한 스토리 중 하나인 4대 리그 이야기다. '유럽 축구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스페인의 프리메라 리가, 이태리의 세리에A, 독일에 분데스리가와 그 이외 리그로 분류한다. 아무리 네가 프랑스에서 왔다고 해도 모두가 아는 사실을 부정하지 말라.' 2000년대에 들어 분데스리가의 명성은 무너졌다면서 르 샹피오나를 상위 리그로 끼워넣으려고 해보지만 다른 리그들은 파고들기에 너무 막강하다는 것을 프랑스 친구도 이미 잘 알고 있는 눈치다.
그래도 영국이 낫다는 것은 인정하기 싫어 그는 괜히 이탈리아 축구가 최고라고 말하기 시작한다. '진정한 유럽의 명문 구단은 세리에A에 모여 있다. 국가 전력도 뛰어나다.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만 봐도 모르냐.'며 영국이 축구 종주국이라고 해도 수준이 이탈리아 만큼은 못하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축구를 추켜세우며 영국 축구에 대한 평가를 절하하려는 프랑스인은 그뿐만이 아니다. 필자가 다니고 있는 어학원의 프랑스 학생들도 영국인 강사와 매일 같은 논쟁을 벌인다.
그나저나 직접 프리미어 리그와 관련된 일을 하는 영국인의 이탈리아 축구에 관한 생각은 어떨까? 지난주에 스탬포드 브리지 구장에서 만났던 투어 가이드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유벤투스 팬이다. 이탈리아 축구, 특히 유벤투스의 경기는 항상 재미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는 다르다." 생각할수록 재미있는 답변이다.
박근영(축구 리포터)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