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지산동 동아스포츠 센터 맞은편 '재즈 하우스'. 연주무대와 미니 스탠드 바, 빔 프로젝터, 맥주를 마실 테이블이 놓인 35평 남짓한 지하 1층. 대구에서 유일하게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저녁에 4차례씩 재즈 연주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팝송 몇 곡과 흘러간 가요 서너 곡이 레퍼토리의 전부인 기자가 이곳에서 만난 서상원(48) 씨는 색소포니스트이자 재즈 하우스의 운영자이다.
재즈는 왠지 낯설다. 아니 재즈가 어떤 장르의 음악인지 몰랐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기껏해야 '뉴올리언즈'라는 도시이름과 흑백화면이나 스틸사진을 통해 트럼펫을 부는 루이 암스트롱을 본 게 전부였다.
"재즈를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공간은 흔치않죠. 시쳇말로 연주만으로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재즈 마니아들과 재즈의 저변확대를 위해 2004년 6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서 씨는 한 때 일본에 체류하면서 재즈의 매력에 흠씬 빠졌고 9년 전부터 대구에서 재즈 연주자로 활동한 연주 경력 30년의 베테랑 연주자.
그에 따르면 재즈는 어떤 곡이든 처음엔 본래 화음에 충실한 후, 두 번째 코드부터 연주자에 따라 자유로운 애드립(ad lib·재즈 연주자가 일정한 코드진행과 테마에 따라 즉흥적으로 하는 연주)이 이어진 다음 처음의 화음을 한 번 더 되풀이 하는 것이 기본 연주 방식.
같은 곡도 연주자에 따라 곡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 재즈 연주의 가장 큰 매력.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인 존 콘트레인, 찰리 파커, 듀크 엘링턴의 연주에 많은 재즈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것도 그들의 애드립이 청중을 열광시켰기 때문이다.
"애드립이 재즈의 생명이라면 스캣(Scat·목소리로 악기소리를 대신하는 창법)기법은 재즈 보컬리스트의 최후보루인 셈입니다."
스캣은 1926년 루이 암스트롱이 'Heebie Jeebie'를 녹음하던 중 악보를 떨어뜨리자 즉흥적으로 노래를 부른 것이 시초. 이 후 흑인 여가수 엘라 피츠제랄드가 이 창법을 널리 보급하게 됐다고 한다.
"미국에선 불혹의 나이를 넘지 않으면 진정한 재즈 뮤지션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만큼 세상의 풍파와 희(喜), 노(怒), 애(愛), 락(樂)을 겪어봐야 재즈의 참맛을 낼 수 있습니다."
서 씨는 40년 역사의 세계적인 재즈축제인 '몬트렉스(Montreux) 재즈 페스티벌'의 공연실황을 비롯해 사라 본, 빌리 홀리데이 같은 유명 재즈 뮤지션들의 DVD를 비치, 이들의 연주를 직접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덕에 재즈 하우스는 40대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약 200여명의 고정 재즈마니아들을 확보하고 있다.
밤 9시. 재즈 연주 첫 타임. 콘트라베이스 서정삼 씨, 드럼 이종현 씨, 피아노 박문희 씨, 색소폰 서상원 씨로 구성된 이른바 '재즈 하우스 쿼르테트(Quartet'4중주)'의 연주가 시작됐다.
'Fly me to the moon.'귀에 익은 곡을 들으며 '아하 이런 게 재즈구나!'며 곡의 흐름에 귀를 쫑긋거릴 즈음, 어느 새 사람들은 작은 연주회에 취해 있었고 덩달아 재즈하우스(053-782-7006)의 겨울밤도 깊어만 갔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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