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감초 아줌마'…中흑룡강성 출신 김봉해씨

입력 2007-01-11 07:16:33

농촌 여성결혼이민자 중 유일한 마을 이장, 충주사과 홍보대사이자 초등학교 영어강사로 활동 중인 필리핀 출신 주부, 아리랑·시조 여왕….

농림부가 최근 농촌 여성결혼이민자 정착사례를 모아 '특별한 며느리의 행복찾는 농촌살이'를 펴냈다. 이 중에는 전국의 농촌 여성결혼이민자들 중 뽑힌 10명의 힘들었던 어제와 보람찬 오늘, 꿈을 실현하는 내일이 실려 있다. 경북지역 여성결혼이민자로 소개된 문경의 김봉해 씨와 상주의 에스트렐라 씨 얘기를 들어본다.

지난 1995년 문경읍 갈평리로 시집온 중국 흑룡강성 아성시 출신의 김봉해(35) 씨는 인근 마을에까지 소문난 '감초 아줌마'이다. "땅 위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을 운전할 수 있다."는 자격증의 여왕이기도 하다.

부업으로 하는 동네 미장원에서는 멋내기를 좋아하는 마을 할머니들과 어울리고, 각종 행사 때에는 매번 멋진 솜씨로 맛있는 음식을 선보인다.

특히 운전을 잘 하는 탓에 인근 문경읍으로 나갈 때에는 이웃들에게 '카풀' 내지 쇼핑 심부름을 해주느라 바쁘다. 심지어 트랙터나 콤바인, 경운기 작업 때에도 이웃들을 도와준다.

김씨는 11년 만에 갈평리에서 '쾌활한 만능 똑순이'로 통한다.

농업에 종사하는 남편을 중매로 만나 갈평리로 시집온 김 씨가 처음 겪은 어려움은 음식과 외로움이었다.

특히 김치나 젖갈류 등이 입맛에 맞지 않아 제때 식사를 하지 못했고 남편 이외에는 대화 상대가 없어 매번 텔레비전을 보며 고향땅 가족들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적극적이고 부침성 있는 김 씨의 어려움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집안 농사일을 하다 배운 농기계 작동술이 수준급에 이르자 여기저기 불려다니기 일쑤가 됐다. 물론 6년 전에는 운전면허증도 단번에 땄다.

가족 이발비를 아끼기 위해 지난 2004년 미용학원에 다닌 것이 이제는 미용사 자격을 갖고 부업을 하기에 이르렀고, 가족 밥상을 잘 차리기 위해 조리학원에 다닌 것이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으로 연결됐다.

김 씨는 "아들 2명을 키우면서 버스로 한 시간 거리인 점촌동의 각종 학원을 1년 넘게 주 5∼6회씩 다녔다. 그때는 힘들었으나 이제는 보람으로 남는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우리집을 포함한 농가들이 부채로 곤란을 겪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농촌 사정이 좋아진다면 고향에 자주 가는 것이 바램"이라며 농촌 현실에 대한 지적과 함께 작은 소망도 털어놓았다.

인근의 관음요 대표 김선식 도예인은 "김 씨는 집안일뿐 아니라 자녀들을 예의 바르게 잘 키운다고 마을에 칭찬이 자자하다."면서 "연세 많은 어르신들이 많은 갈평리에서 김 씨는 활력소"라고 자랑했다.

문경·박진홍기자 pjh@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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