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다. 정치·경제는 물론 우리 사회와 문화가 세대간 계층간 이념의 분열과 이해의 갈등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질 우려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지역 사회의 정신적인 지주로 세상의 빛과 등불임을
자임하는 종교지도자들의 새해 메시지를 들으며 또다시 기로에 선 이 땅과 사람들의 화합과 희망의 한 해를 기원해본다.
▲ 이문희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새해를 맞을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더 많은 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올해는 특별히 대선이 있는 해이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 더 큰 희망과 복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는 "복이 우리에게 있기 위해서는 정치인과 정당은 물론 국민 모두가 욕심을 줄이고 마음을 비우며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제일이라는 속단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보다는 참으로 남을 위해서 사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문희 대주교는 또 "교구설정 100주년을 준비하면서 지난 몇 년 동안 가정 전반 즉,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청년 등 가정 구성원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면서 "올해 역시 가정의 소중함에 여전히 주목하면서 노인 복음화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고령화는 단순한 의학의 발전으로 인한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경제적 환경 및 가치관의 변화와 맞물려 결혼 연령 상승과 출산기피 현상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노령화로 인한 노인문제는 노인들만의 배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풀어가야 하는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 대주교는 "올해 노인 사목에 힘을 모으는 것은 심화되어 가는 노령화 시대의 노인문제를 새롭게 재조명하려는 것"이라면서 "노인은 그 존재만으로도 충만한 지혜와 깨우침을 주는 만큼 교회 안에서 노인들이 역동적으로 교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목적 배려를 우선적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 허운 동화사 주지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 동화사 주지 허운 스님은 "탐진치(貪瞋痴)의 삼독심(三毒心)을 버려라."는 말로 신년 법문의 운을 뗐다.
'탐진치'는 참된 삶과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세 가지 나쁜 마음으로 분수를 돌아보지 않고 가지려는 마음(貪), 가지지 못했다고 화내는 마음(瞋), 그래서 또 어리석음을 범하는 마음(痴)이라는 것이다. 스님은 "본래 맑고 깨끗한 마음 옆에 덕지덕지 붙은 이 세 가지 심술을 버리는 것이 청정심을 찾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올해는 속도를 좀 늦춰가는 한 해가 되길 빈다."고 했다. 불필요한 소유도 줄이고, 남을 생각하고 또 아끼며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라는 말이다. "시대에 맞춰가다 보니 가속도가 붙어 지금은 속도에 중독되고, 또 속도에 집착하기에 이르렀다."며 자연의 속도와 도시의 속도 중간, 즉 '중도(中道)'의 길을 찾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화사 옛길 복원계획을 언급했다. "편리함 때문에 옛길이 방치되고 있다."며 "자동차 때문에 도량이 산만해지고 엄숙함도 없어지는 것 같아, 옛길도 점차적으로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불교계 군소종단과 협의해 이웃을 위해 나눌 수 있는 불교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천주교를 비롯한 타종교와의 화합도 꾸준히 추진해나갈 뜻을 밝혔다. 허운 스님은 특히 "현재 우리는 설화가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메마른 성공에만 목말라 한다."며 결과에만 집착하는 세풍을 우려했다. 행복은 소유 개념이
아니라,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이다. 스님은 이어 "올해는 자기 스스로 주인되는 한해가 되길 빈다."고 덧붙였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 박희종 대구기독교총연합회장
"올해는 평양대부흥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회개 운동을 통해 대구 기독교계가 재도약하는 원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희종(56·대봉교회 담임목사) 대구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은 '화합과 밝은 교회, 밝은 대구 건설'이라는 신년 계획을 밝혔다.
박 회장은 하나되는 지역 기독교계를 위해 "올 부활절 연합예배는 지역의 젊은 목사에게 맡길 계획"이라며 "될 수 있으면 자신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계파를 떠나 가능성 있는 지역의 젊은 목사 발굴에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대구기독교총연합회 신년교례회 설교를 지역 원로 목사에게 맡긴 것도 이같은 맥락의 하나였다는 것.
박 회장은 또 "2001년 말 대봉교회로 부임한 뒤 영호남 화합을 위해 호남지역 목사를 초빙해서 연합 예배를 개최하고 있다."며 "대구 뿐 아니라 한국의 발전을 위해 지역성이 배제된 올바른 일꾼을 뽑는 대통령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영적인 영역 뿐 아니라 경제·문화 등 대구 사회 전체에 활기를 불어 넣는 운동도 전개할 뜻을 표명했다. 박 회장은 "무표정한 것은 범죄입니다. 표현하지 않는 것도 중죄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감추어 두지 말고 표현하는 운동이 보수적인 도시 대구에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와 함께 "기독교회관 건립 모금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한편 평신도 운동 적극 지원, 대구기독교총연합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도록 사회 사업도 초계파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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