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지속가능한 사회-지속가능한 기업

입력 2007-01-10 07:46:42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이 처음 대두된 것은 주로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자연파괴와 환경오염으로부터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고 깨끗한 자원과 환경을 우리의 미래 세대와 함께 누리자는 취지에서였다. 지속가능발전의 범위가 이제는 노동·윤리·환경·사회공헌 등을 아우르고 있고, 그 적용 분야도 기업, 민간단체, 정부, 공공기관 등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제활동의 핵심 주체인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은 이제 우량 기업이라면 반드시 관심을 가지고 대처해야만 할 거스를 수 없는 국제 기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온 경제학원론에 따르면 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이윤극대화였다. 그러나 인간의 삶의 목표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듯, 사회적 생명체라 할 수 있는 기업의 목표가 돈만 버는 것을 최상의 가치로 둔다면 우리 사회는 너무 삭막하고 황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이 자선기관이 아닌 이상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익을 많이 내고 성장함으로써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은, 주주와 사회에 대해 당연히 져야 할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다. 이익을 내지 않고서는 영속 기업(going concern)으로 발전해 나갈 수도 없다. 그러나 진정한 우량기업, 더 나아가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 생태계의 보전을 위한 환경경영,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기업을 떠받치고 있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s)로는 주주, 고객, 종업원, 정부가 있고, 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는 지역사회가 있다. 그러므로 기업을 둘러싼 이들 이해관계자와 상호 교류하는 가운데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니즈에 부응하는 동시에,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한때 명망 높은 대기업이었던 엔론과 월드콤은 비윤리적인 회계 부정을 저질러 나락으로 떨어졌고, 소니와 나이키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은 환경과 아동노동 문제의 덫에 걸려 휘청거렸다. 기업의 경영성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시장과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는다면 성장은 말할 것도 없고 생존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기업의 전체 가치를 빙산에 비유하면, 수면 위에 나타난 재무성과의 가치는 15~30% 정도에 불과하고, 수면 하에 잠긴 인적 자원이나 지속가능경영 등의 자산 가치가 70~85%에 달한다고 한다. 이제는 투자자들이 수면 하에 잠긴 기업의 가치를 눈여겨보고 평가하기 시작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을 잘 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고, 그 결과 이들 기업에 더 많은 돈이 몰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GDP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들지만 지속가능경영에서는 아직 개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제관련 단체들이 이에 앞장서고 있고, 장기적인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지속가능경영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ISO나 UNEP 등 국제기관에 가입하고 윤리, 환경, 사회공헌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이들 기관이 제시하는 글로벌 기준을 준수함은 물론,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은 흔히 우량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경영은 조만간 기업 활동을 규제하는 국제적인 기준으로 정착될 것으로 보여, 해외로 진출하거나 대외거래를 하는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 협력업체나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도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 지속가능경영은 이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원하는 것은 사람이나 기업이나 맨 마찬가지다. 국내외 우량 장수 기업들이 지닌 공통된 특징 중의 하나는 바로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지역 기업들도 규모의 대소나 대외거래의 유무를 떠나 이제부터라도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실천 가능한 것부터 실행에 옮김으로써,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동참해야 할 때다.

이화언(대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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