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사고, 1년에 10명꼴 사망·30명 부상

입력 2007-01-09 10:04:24

문 휘어져 틈새 추락…물건 끼어도 출발…"엘리베이터 알고 타자"

승강기(엘리베이터) 문을 발로 차면 문이 휘어져 그 틈새로 빠질 수 있다. 승강기 문에 물건이 끼어도 카(Car:운반물을 싣는 상자 부분)는 움직인다. 승강기 문이 열려도 카가 없을 수 있다. 이렇듯 각종 승강기 사고는 '예상 밖으로' 발생한다. 지난 7일 대구 동구 한 호텔에서도 50대 남성 2명에 의해 충격을 받은 승강기 문이 휘어지면서 그 틈새로 떨어져 1명이 숨졌다. 지난해에는 똑같은 사고가 4건이나 발생해 1명이 숨졌다.

◆어떤 사고 생기나=지난해 7월 경기 김포시 한 아파트에서 8세 남자아이가 8층에서 승강기를 타다 줄넘기 도구가 승강기 사이에 낀 상태에서 승강기가 출발해 부상당했다. 앞서 5월엔 충북 청주시 한 아파트에서 39세 남성이 술에 취해 14층에 내린 뒤 승강기 문을 수차례 발로 차 왼쪽 문이 휘어지며 그 틈새로 빠져 추락사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1993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휠체어리프트 등 승강기 사고는 모두 352건. 131명이 숨지고 392명이 다쳤다. 1년에 10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당한 셈이다. 사상자 대부분은 일반 이용자(445명)였으나 건물 관리직원 및 승강기업체 직원도 78명이나 됐다.

사고유형별로는 ▷부품불량에 의한 사고가 41건으로 가장 많았고 ▷비상키로 승강장 문을 열고 탑승하다 추락 36건 ▷이용자 부주의나 난폭행동으로 인한 사고 32건 ▷기타 유지 관리부실 32건이었다.

◆고장, 수리 미룬다=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승강기는 건물에 고정된 장치여서 손쉽게 수리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전문가가 직접 출장수리해야한다. 때문에 관리직원이 제때 윤활유를 공급하고 브레이크 마모 등을 점검해야하지만 고층건물에다 이용자가 많은데다 승강기 외에는 이동수단이 없어 점검, 수리에 소홀한 실정이다. '어제도 괜찮았으니 오늘도 괜찮다'는 이용자, 관리직원의 안일한 의식이 안전사고로 번지고 있는 것.

특히 겨울철에는 차가운 날씨 때문에 전동기의 베어링 등에 주입된 윤활유가 얼어버려 소음 등 기계 이상을 쉽게 일으키고, 눈이나 비 등이 고층건물 최고층에 설치된 기계실 천장이나 벽면으로 타고 내려와 각종 전기선에 스며들어 감전사고도 일으킬 수 있다.

유청일 승강기안전관리원 사고조사담당은 "승강기 사고는 각 유형별로 사고 내용, 원인, 대책이 모두 달라 평상시 유지, 관리, 보수가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며 "승강기 문은 '벽'이 아니라 그 안에 낭떠러지가 있어 생명과 바로 직결된다는 안전 의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책은 없나=지난 1997년 승강기 검사기관이 승강기안전관리원에서 승강기안전센터, 산업기술시험원, 기계연구원 등으로 4분화되면서 검사 수주 경쟁이 치열해져 '수박 겉핱기식' 점검이 이뤄진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은 "일부 승강기 중 불합격 판정을 받아야할 곳도 '양호' 판정을 받는 등 부실 검사가 판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건물주 등 승강기 관리업체가 승강기 보수업체와 개별적으로 맺는 '보수계약'도 입찰경쟁이다보니 '저가수주'가 많고, 이는 부실검사로 이어져 승강기 보수업체 뿐아니라 승강기 제조사도 관리할 수 있는 법개정이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승강기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관리 주체와 이용자 모두 자동차처럼 '승강기=생명 운송 수단'이라는 안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매월, 매년 이뤄지는 각종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검사기관-관리주체-이용자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강신천 승관원 사고조사연구팀장은 "점차 고층 빌딩화되는 요즘 실제 승강기 사고 10건 중 7건은 이용자 과실이거나 유지·관리부실"이라면서 "승강기는 자신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이용자의 안전 의식과 관리자는 이 빌딩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의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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