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s시대에서 4Cs로'
창의성 교육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 중 하나가 어느 수준 이상의 지능을 가진 영재들만이 창의성 교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창의성을 지능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것도 오해다. 이런 논리라면 지능을 교육할 수 없듯이 창의성도 교육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후천적인 교육에 의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을 길러야 창의성이 신장되는 것일까.
대구 장산초교는 '4Cs'를 창의성 교육의 방향으로 잡았다. 4Cs란 '의사소통(Communication)', '계산능력(Computation)', '사고력(Creative thinking)', '컴퓨터 조작능력(Computer)'. 이런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창의성 교육의 목표라는 것. 이는 과거 3Rs, 읽기(Reading), 쓰기(Writing), 셈하기(Arithmetics)와 뚜렷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장산초교는 창의교육 4년차인 지난해에 그동안의 교육성과를 되돌아보는 실태조사를 벌였다. 창의성 교육에 대해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가를 되짚어보고 새 과제를 설정하기 위한 것. 그 결과 학생들은 깊이 생각하고 조사, 탐구 학습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발표하려는 능력이 부족했다. 학원 의존도도 높았다. 이에 따라 4Cs가 그 해법으로 제시됐다.
학교 측은 세부전략을 세웠다. 우선 의사소통을 위해 '말과 글로 생각에 날개 달기'라는 주제를 정해 창의적인 독서·글쓰기를 장려했다. 월 2차례 아침자습 시간을 활용해 창의적인 글쓰기 시간을 가졌고 '독서토론', '논술공책쓰기' 등 프로그램을 정착시켰다. 학년별로도 저학년에는 일기장 검사를 통해 생활문 쓰기 지도, 중학년에는 설명문 지도, 고학년에는 신문사설을 통한 논설문 지도 등을 실시하고 우수글은 학급 홈페이지에 실어 다같이 볼 수 있도록 했다.
독서장려를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등장시켰다. '독서 계약서'도 장산초교만의 특색. 학생이 저마다 독서 목표량을 정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독서 권수에 따른 급수를 인정받으면 담임교사가 상장을 수여하는 제도다. 추천도서 빙고판을 만들어 개인 독서기록장에 붙이게 한 뒤, 빙고를 맞추면 학년말 다독자로 추천해 읽는 재미를 더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계산능력은 '수학은 내 친구'라는 부제로 기초실력을 다지는데 중점을 뒀다.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진단해 성취도가 60% 미만인 경우에는 보충과정을 실시해 본 수업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했다. 단원별 부진 학생 현황을 편성, 매일 2시간 특별 보충 과정반을 운영했다. 또 수학 원리를 재미있게 깨칠 수 있도록 바둑알이나 공기알, 다양한 공작물을 수업에 활용하는 체험 수업을 진행했다. 수학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로 해당 시간의 수업주제를 들려주면서 동기를 유발하는 등 색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4Cs 중에 가장 관심을 많이 쏟은 사고력 신장은 '엉뚱·기발 아이디어 키우기'라는 재미있는 제목을 달았다. 우선 교사들부터 달라지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지난 해 3~4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창의적 생각 전문가' 과정을 운영하고 5~6월에는 공개 수업을 실시했다. 교사들은 매주 자발성, 집착성, 유창성, 브레인스토밍, 육색사고모자 등 창의성 교육의 기법을 연구했다. 교사 1명당 1가지 전문화 주제를 선정해 꾸준히 연구했다.
창의성은 딱딱한 분위기에서는 조성될 수 없는 법. 'Funny school'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과 교사들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교사는 '웃음리더'가 돼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거나 교지에 웃음 편지를 썼고, 학생은 넘거나 밟을 때마다 10초간 웃자는 뜻의 '웃음 존(Zone)'을 정해 웃음을 나눴다. 또 현장학습이나 재량활동 시간 등 '웃음 데이(Day)'에는 레크리에이션을 배웠다. 학부모들도 '즐거운 가족(Funny family)' 만들기를 통해 가정에서부터 웃음이 전파될 수 있도록 실천했다. 장산초교 측은 "창의성 교육도 목표를 세우고 그에 따른 세부 실천방안을 찾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교사든 학생이든 재미있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