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이문길 作 '산'

입력 2007-01-09 07:32:08

내 소원이 무엇인지 아나 소원이 생각날 리 없는 산골이라 아내는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뭔데 내가 산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람 안 사는 저런 큰 산 하나를 사는 것이다 그러자 아내는 갑자기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저 쓸데없는 것 사서 뭐하게 또 빌어먹을라카네 내가 풀이 죽어 말했다 개간해서 농사 지을라 안 칸다 나는 말없이 산을 둘러보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나한테는 필요 없지만 나무들한테 산이 필요해서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안개한테 구름한테 산이 필요해서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내가 사도 누가 사는지 산이 모르기 때문에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사도 아무 소용없는 빈 산이라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내 만년에 그런 산에 혼자 살고 싶어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나도 아내가 무섭다. 아내의 성난 목소리가 무섭다. 아내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오면 원고지 칸에 적어놓은 글씨들이 저절로 옴츠러든다. 고료도 못 받는 시 쓴답시고 소홀했던 것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하지만 "빌어먹을" 시인 남편을 둔 아내여, 안개와 구름을 어찌 돈으로 살 수 있겠는가. 사고팔고 또 사고팔아도 산은 산, 아무리 주인이 바뀌어도 산이 바뀔 수는 없을 터. 철 따라 피는 꽃과 흐르는 맑은 시내, 이따금 굴러 내리는 돌멩이의 적막을 어떻게 돈으로 살 수 있겠소. 시의 가치는 無用의 有用性(무용의 유용성), 그래서 시인들은 "사도 아무 소용없는 빈 산"을/에 사고/살고 싶어한다오.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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