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논술캠프)논술과 글의 구조짜기

입력 2007-01-09 07:56:46

논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의 구조 짜기이다. 수천 장에 달하는 글을 읽어야 하는 채점관의 입장을 염두해 둔 상태에서 글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주장이 명료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글의 구조를 먼저 짜는 것이다. 그러나 구조짜기는 우리가 흔히 하고 있는 '개요작성'과 다르다. 개요작성은 서론과 본론, 그리고 결론의 개요를 미리 한 번 작성해 보는 것인 데 비해 구조짜기는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제기하기 위해 본론에서 어떠한 구조로 글이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짜 보는 것이다.

구조 짜기는 자신의 주장을 명제로 제시하고, 그러한 명제들을 논리적인 논거들로 증명함으로써 각각의 단락에 어떤 글이 들어갈지를 미리 구성해 보는 방법이다. 구조 짜기가 끝나면 논술문 작성의 70~80%는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서울대 수시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 노년 인구와 이혼률의 증가라는 사회문제가 현대인을 불행하게 하지 않는다. 행복과 불행을 나누는 조건들 속에는 위와 같은 사회적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인간다움, 이성, 일상적 삶에서 느끼는 정신적 만족감, 자유 등이 행복의 조건이므로)'

이를 구조 짜기를 위한 논증형식으로 바꾸어 보면 다음과 같다.

인간다움의 가치를 잃어버렸다면, 현대인은 불행하다. 이성의 활동이나 자유로움을 잃어버렸다면, 현대인은 불행하다. 일상적 삶의 조건들 속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현대인은 불행하다. 늙어서 혼자 산다고 해서 모두가 인간다움의 가치나 이성적 활동 및 자유로움을 잃어버리는 것도 아니고, 일상적 삶의 조건들 속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현대인은 불행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처럼 제시된 전제들을 각각의 단락들 속에서 다시 세밀하게 만들어 가는 작업이 중요하다. 즉 을 하나의 단락으로 구성한다면, 그 안에는 왜 '인간다움의 가치를 잃어버린 경우에 현대인이 불행하게 되는지'를 논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글의 구조짜기는 글의 분량과 내용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원칙은 하나이다. 즉 논제와 지문 분석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주장할지'를 결정하고 나면 그 주장이 왜 합리적 주장인지를 증명할 수 있는 전제(논거)들이 본론부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한국식 논술은 지문이 주어지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기술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프랑스의 '바깔로레아'와 다르다. 결국 한국식 논술하에서는 다양한 지문의 출제와 논제에 따르도록 하는 답안 양식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스템하에서는 '출제자의 출제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작업을 끝낸 뒤 효과적인 글의 구조를 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이상호 계명대 교수(교양과정부)

(※이 글은 이상호 교수가 혜화여고 논술캠프에서 강연한 '지문분석과 글의 구조짜기' 강연 원고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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