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서구 죽전네거리에 눈길을 끄는 건물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외관이 모두 통유리로 마감된 높이 27m의 이 대형 건물 용도는 일회용 건축물인 모델하우스. 한 번 분양하면 용도가 사라지지만 100억 원이라는 거액이 들어간 건물이다. 올 3월 분양 예정인 달서구 감삼동 주상복합 아파트 '대우 월드마크' 모델하우스인 이 건물에는 대형 로비와 엘리베이터 등이 설치돼 있다.
시행사인 청광주택 박철연 대표는 "부지 900평에 건물 연면적이 1천800평으로 높이는 일반 상가 8층이지만 4개 층만이 들어서게 된다."며 "임대료 20억 원외에 순수 건축비로만 80억 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더 크고 고급스럽게
주택업계에서는 모델하우스를 두고 '돈 먹는 하마'라고 한다.
300가구 규모의 소형 단지를 분양하더라도 20억 원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데다 대형 단지나 분양가가 비싼 고급 단지는 기본적으로 40억~50억 원을 훌쩍 넘어서는 탓이다.
모델하우스 고급화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3년 전부터. 고분양가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수요자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끌기 위한 '마케팅 기법'으로 업체들이 모델하우스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모델하우스 시공업체인 탑 디자인의 장세인 대표는 "2000년 이전에는 철골이 아닌 목재로 건물을 지었으며 전문 시공업체도 없었다."며 "분양 평형대가 많지 않아 모델하우스 규모도 작았지만 요즘은 모델하우스 건립에서부터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 시공비도 올라가는 추세"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대구에서 등장한 초고가 모델하우스는 지난 2005년 분양한 수성구 범어동 '위브 더 제니스' 모델하우스. 평당 1천300만 원의 분양가도 세간의 논란이 됐지만 80억 원의 돈이 들어간 모델하우스도 건설업계의 화제가 됐다. 모델 하우스 건립 비용을 분양 가구수로 나누면 '위브 더 제니스'는 가구당 500만 원, '월드 마크'는 1천만 원씩 들어가는 셈이다 또 2, 3년 전만 해도 모델하우스 건립 비용은 20억 원 이내였지만 최근에는 평균 30억~40억 원으로 올라갔다.
◆볼 것은 집만이 아니죠
모델하우스는 이제 실내 평면만을 보는 공간이 아니다. 다양한 이벤트와 각종 문화 행사가 경쟁적으로 열리고 있다.
수성구 수성3가 롯데 캐슬 모델하우스는 수능 입시 설명회와 무료 운세를 보는 철학관 운영에 이어 외제 자동차 전시회를 비롯해 상설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또 시지 보국 웰리치는 어린이를 위한 영화관과 도서관에다 정통 다기 및 조각 전시회를 열고 있으며 대림산업의 북구 칠곡 e-편한세상 모델하우스는 아예 대림미술관에서 임대해 온 고가의 미술 작품 30여 점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수성구 상동 동일하이빌은 지난 연말부터 사전 예약을 받아 모델하우스 운영이 끝나는 오후 6시 이후부터는 무료로 장소를 빌려주는 대관 행사를 벌이고 있다.
분양대행사 리코의 최동욱 대표는 "미분양이 늘면서 소비자들을 모델하우스로 끌어오기 위해 업체들이 각종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며 "문화 행사의 주대상이 구매력이 높은 가정 주부들인데다 아파트에 고급 이미지를 줄 수 있어 업체로서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모델하우스도 쇼핑가처럼
최근 모델하우스 특징 중 하나는 패션가처럼 '타운'을 형성한다는 것. 특정 거리에 10여 개씩의 모델하우스가 조성되고 있다.
화성산업 권진혁 영업부장은 "황금네거리와 범어네거리 사이 동대구로와 월배 및 지하철 용산역 근처와 시지 사월역 주변 등 현재 4곳에 '모델 하우스 거리'가 형성돼 있다."며 "적게는 7, 8개에서 10여 개 이상의 모델하우스가 몰려있다 보니 주택업체 입장에서는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평균 500여 평 정도 모델 부지 보증금이 몇 년 전 1억~2억 원에서 이제는 몇 배씩 올랐으며 월 임대료도 1천만 원 미만에서 이제는 3천만∼5천만 원 사이로 훌쩍 뛰었다.
주택 업체 관계자들은 "모델하우스 부지난이 시작된 2005년 이후 임대료가 두세 배 이상씩 상승해 500여 평 기준으로 월 임대료가 7천만 원인 곳도 있을 정도"라며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모델하우스 공동 운영 방안 등을 찾고 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외국에서는 이러한 고급 모델하우스를 찾아보기 어렵다. 유럽이나 호주 등은 후분양이 많아 다 지은 주택이나 아파트를 모델하우스로 사용하는데다 일본 등지는 중소형 규모로 짓거나 일반 건물 내에 상설 전시관을 운영하는 정도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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