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에 대한 편견 허무는데 도움됐으면"
"이 책 한 권에는 지난 1년 3개월간 우리의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배어있습니다. 내 가슴에만 품고 있던 장애 아이를 세상에 내놓기 위한 준비 작업이지요."
5일 오후 6시, 달구벌 종합사회복지관에선 '아주 특별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성서공동체 FM '담장 허무는 엄마들'이 방송 1주년 기념 자료 모음집을 낸 것. 장애아를 가진 엄마와 가족 80여 명이 모여 출판을 자축했다.
예쁜 삽화도, 세련된 디자인도 없지만 이 책 한 권은 읽는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 2005년 8월부터 매월 넷째 주 오후 3시부터 한 시간동안 성서공동체 FM(89.1Mhz)을 통해 방송된 사연과 육아일기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만든 이들 중에는 자녀가 제 손으로 밥을 떠먹을 줄 아는 아이도, 대소변을 가릴 수 있는 아이도 없다. 그야말로 최중증 장애아를 자녀로 둔 엄마들이다.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한 이들은 전정순(48)·김혜숙(56)·양금자(47) 씨.
특수 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만나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으며 사회적 약자를 환영한다'는 성서공동체 FM 라디오에 대한 소문을 듣고 무작정 찾아갔다. 방송 경험이라곤 없지만 용기를 내 대본과 진행 등을 맡아 방송을 꾸려갔다.
이들은 2005년 8월22일, 첫 방송의 설레임을 잊지 못한다. "집에서 애들을 끌어안고 힘들어하는 일 외에 아무것도 할 줄 몰랐던 우리였어요. 기술도 기교도 없었지만 장애아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고 싶었습니다." '담장 허무는 엄마들'이란 프로그램 제목도 '장애아에 대한 편견'이란 세상의 담장을 허물고 싶은 그들의 소망을 고스란히 담은 것이다. .
방송은 스스로에게도, 다른이들에게도 큰 힘이 되었다. 중증장애아를 둔 엄마들이 속속 사연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첫 사연은 유전병을 가진 아이 엄마의 편지였어요. 잘 걷고 뛰어다니던 아이가 어느날 넘어지더니 누워만 있게된 가슴 아픈 이야기였지요. 두 번째는 교통사고로 장애아가 된 딸을 둔 엄마의 사연이었습니다. 그 엄마는 '딸이 있어 오로지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대본을 맡고 있는 전 씨는 그동안의 사연을 하나도 잊지 못한다. 엄마들은 방송내용을 CD로 제작했다. 매달 200여장의 CD를 특수학교로, 물리치료실로 전달했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이를 홀로 집에 두고 방송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같은 꿈을 꾸는 엄마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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