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모(28) 씨. 이 씨는 이후 나타난 감기 증세로 불안해하고 있다. 감기겠거니 하고 감기약을 먹은 지 1주일이 지났지만 낫기는커녕 설사 증세까지 나타난 것. 이 씨는 이후 에이즈 초기 증상과 비슷하다는 생각 때문에 좌불안석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에이즈 관련 정보들을 찾아보던 그는 결국 '에이즈'에 걸렸을 거라는 자가진단을 내렸지만 아직 에이즈 검사를 받진 않은 상태. 하지만 이 씨는 자신의 생각이 현실로 나타날까봐 두려워 검사받기를 주저하고 있다.
성매매방지법 강화 이후 은밀한 성매매가 늘어나면서 대다수의 경우 검사는커녕 잘못된 자가진단으로 검사를 회피하는 에이즈포비아(AIDS-phobia, 에이즈 공포증) 증세를 보이고 있다. 에이즈가 의심스러워도 검사를 받으러 가는 경우가 드문데다 익명을 보장해주고 있는 검사기관에 가더라도 문을 열고 들어가지 못할 정도의 심리적 공포에 휩싸인다는 것.
대구시내 한 보건소 관계자도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는 유흥업소 종사자들 수가 크게 줄면서 에이즈 검사 인원도 점차 줄고 있는 실정"이라며 "음성화된 성매매가 성병 등에 대한 공포감만 높이고 있다."고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스스로 고민을 안고 있을 것이 아니라 에이즈 공포가 클수록 검사기관을 빨리 찾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 들어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지부에서 검사받은 280여 명 중 양성 반응을 보인 경우는 6명이었다.
2005년 9월부터 에이즈 검사와 상담을 시작한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지부에 따르면 모르는 이성과 피임을 하지 않고 성관계를 했을 때 찜찜해 하면서 전화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차명희 상담원은 "이들 대부분은 자가진단으로 에이즈 초기증상인 감기, 설사 등을 에이즈로 연결시키는 경향이 강한데, 이들에게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하지만 실제 찾아오는 사람은 드물다."며 "특히 인터넷을 통해 습득한 잘못된 에이즈 지식은 '에이즈포비아(AIDS-phobia)'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은 반면 실제 에이즈 가능성은 크지 않은 만큼 검사를 통해 안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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