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하고도 몇년이 지났지만, 우리 정치권은 아직도 '3김(金)'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해 가을, 김대중(DJ)·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가 정치재개 움직임을 보이는 듯하더니, 신년들어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경쟁하듯 이들을 대선정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 고건 전 총리,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등이 DJ와 YS를 잇따라 방문했거나 방문할 계획이다. 조만간 JP에게 인사하러 것이란 얘기들도 들리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찾아가기도 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소장·개혁파이자 대선주자인 원희룡 의원 경우 DJ·YS는 물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까지 잇따라 방문했거나 방문 계획이라는 것.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새해들어 3김 등을 만났거나 만날 계획을 아직 갖고 있지 않다지만 다른 주자들에 앞서 지난해 찾아갔었다.
이처럼 국민들로부터 잊혀지고 있는 3김 등이 다시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이들이 가진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리라. 이는 이번 방문행렬이 정치적 연(緣)이나 신념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엿보인다. 지역주의 정치의 대명사격인 3김이 아직도 호남과 부산·경남, 충청지역에서 일정수준 영향력을 갖고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3김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34.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DJ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호남에서는 절반에 육박했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는 3김까지 가세, 지역주의 구도가 판세를 가르는 식의 과거 정치행태를 되풀이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론 이들 중에는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는 선거를 했으면 하고, 나도 지역에 관심을 갖지 않겠다."고 다짐한 분도 있지만, 진정으로 정치발전을 원한다면 조용히 뒤로 물러나 앉는 게 순서일 것 같다. 우리 정치권은 언제까지 3김타령을 계속해야 하는가.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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